도심 속 '숨은 투표소'?…창덕여중 학생들 모의 교육감 선거

입력 2018-06-09 07:11  

도심 속 '숨은 투표소'?…창덕여중 학생들 모의 교육감 선거
투표한다는 말에 "대박"…진지한 공약평가 이어져
공약 허점 지적도…"교육감 스스로 뽑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8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중구 창덕여중 정문 방문객안내소. 사원증을 목에 맨 한 직장인이 학교 직원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답을 듣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뒤돌아 나갔다.
창덕여중은 이번 선거 당일 투표소로 지정됐다. 그런데 사전투표소로 헷갈린 일부 유권자가 헛걸음한 것이다.
학교 직원은 "잘못 찾아온 사람이 오전에만 10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이 점 말고도 사실 창덕여중에는 어른은 모르는 또 다른 '투표소'가 있었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이라면 결과가 매우 궁금할 선거가 치러졌다.
이날 창덕여중에서는 토론수업의 하나로 '미래의 유권자' 3학년 4개반 학생 80명이 참여한 모의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진행됐다. 선거결과는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서울·경기·충북·광주 등 4개 지역에서 진행하는 모의 선거에 반영돼 지방선거 다음 날 공개될 예정이다.
사전투표율이 4.5%를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후 1시 10분께 창덕여중 체육관으로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떤 수업을 하느냐고 묻는 학생에게 교사 박의현씨가 "오늘은 모의 교육감 선거를 한다"고 설명하자 한 학생이 "대박"이라고 소리쳤다. 교육감을 뽑는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대체로 신기해하고 들떠 보였다.

본격적인 선거 진행에 앞서 박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육감 후보를 아느냐고 묻자 학생들이 앞다퉈 후보 이름을 이야기했고 '다행히' 후보 3명 이름이 모두 나왔다.
한 학생이 서울시장 후보의 이름을 외치자 옆 친구가 조용히 "지금은 교육감 후보를 말하는 중"이라고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이날 모의선거 투표는 두 차례 진행됐다.
첫 번째는 교육감 후보 3명의 포스터만 보고 뽑을 사람을 결정하는 '이미지투표'였고 두 번째는 후보의 이름을 가린 공약설명만 보고 선택하는 '정책투표'였다.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김차미양은 "이미지투표에서는 일 잘하게 생기고 믿음이 가면서도 학생들 마음을 알아줄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김양은 공약 중에서 '편안한 교복' 공약을 인상적인 내용으로 꼽았다.
윤주원양은 "학생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줄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양은 '편안한 교복'과 함께 '학생의 학교선택권 확대'에 관심을 보였다.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를 빨리 찾을 수 있게 해줄 공약"이라는 평가였다.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였다는 김가원양은 학부모의 녹색어머니회 참여부담을 덜어주고 생존수영 교육을 확대한다는 공약에 눈길을 보냈다.
김양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맞벌이했다는 다른 학생은 초등돌봄교실 확충 공약에 관심을 보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공부법을 알려준다는 공약에도 많은 눈길이 쏠렸다.
모의 선거에 참여한 학생들이 고입을 앞둔 중3이다 보니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특목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공약에 자신의 의견을 더해 보완책을 제시한 학생도 있었다.
신온유양은 '학교 폐쇄회로(CC)TV 고화질 교체' 공약에 대해 "고화질이어도 CCTV 수가 적으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으니 CCTV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양은 같은 반 김가연양과 CCTV 문제를 두고 한참을 토론하기도 했다.
김양이 "친구가 돈을 잃어버려 근처 CCTV 영상을 돌려봤는데 화질이 나빠 돈을 가져간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사례'를 소개하자 신양은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모의 선거는 교육감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기표소에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 학생은 "선거에 출마하시느라 모두 고생이 많으셨다.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다른 학생은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감을 뽑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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