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北에 대한 색안경 벗을 기회…신뢰구축 중요"

입력 2018-06-09 06:20  

한명숙 "北에 대한 색안경 벗을 기회…신뢰구축 중요"
베를린서 강연…"남북 경제적으로 끈끈해져야…개성공단 다시 열릴 것"
"남북이 북미회담 추동…자주적 원칙 살아 숨 쉬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8일(현지시간)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가 색안경을 벗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베를린자유대에 방문학자로 초청된 한 전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김대중 강연'에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한 전 총리는 "1999년 윌리엄 페리 대북 특사가 방북 뒤 우리 정부에 '북한이 미국에 느끼는 위협이 상상 이상이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상대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였다는 이야기를 베를린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또한, "많은 사람이 생중계된 4·27 남북정상회담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면서 회담을 왜곡해 볼 수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없었다"라며 "전 세계 사람들도 똑같이 봤다는 것이 중요한데, 남북관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대중 강연'은 베를린자유대와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협력해 올해부터 매년 1∼2차례 한반도 관련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행사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받고 지난해 8월 만기출소한 뒤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참석해 발언했다.
한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언급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라며 "2차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오히려 남북이 힘을 합쳐서 미국을 끌어내 북미회담을 추동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남북 간 자주적 원칙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북한에도 리비아처럼 핵을 폐기할 수 있도록 권유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카다피 대통령은 '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서방이 경제적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라며 "문제는 신뢰관계의 구축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차원의 신뢰관계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한반도 평화 만들기 프로젝트에 유럽, 특히 독일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라며 "빌리 브란트 총리와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대통령이 남북한 대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응원해주신 것처럼 지금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평양 출신 실향민인 한 전 총리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중단 등을 언급하면서 "독일은 1969년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주창한 이후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통일 때까지 동방정책을 계승했다. 한국도 평화와 통일의 기치를 우선에 두고 정권과 상관없이 이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관계를 정치적 관계보다 경제적으로 더 끈끈히 유지하는 게 평화를 위해 더 좋다는 게 김대중 정부의 기조였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전제로 "남북이 만나는 요충지인 개성공단은 앞으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한계 상황에서 남북 화해·협력의 길이 열리면 한반도 경제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는 동북아 평화문제로 지평을 넓혀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통일이 이뤄져야 하고 평화협정을 우선 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와 노르베르트 바스 전 주한 독일대사, 행사 주최 측인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장과 박명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 등이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베를린자유대는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소"라며 "'김대중 강연'을 계기로 김 전 대통령의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사상을 온 세계에 알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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