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돕는다더니…" 희망임대주택 재매입 가격 갈등

입력 2018-06-10 09:47  

"하우스푸어 돕는다더니…" 희망임대주택 재매입 가격 갈등
박근혜 정부 '하우스푸어' 지원 정책…9월 이후 1천70가구 5년 만기 도래
LH, 소유주에 재매입 금액 통보…하우스푸어들 "가격 너무 높다" 불만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판교 등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임차인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정부에서 '하우스푸어' 구제 정책으로 시행한 '희망임대주택 리츠' 사업도 재매입 금액을 놓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리츠에 집을 팔았다가 되사야 하는 하우스푸어들의 재매입 금액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집 가진 가난한 자'를 뜻하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집은 갖고 있지만 과도한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 대출금 부담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자 하우스푸어 지원 정책을 공약 사업으로 시행했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주택기금이 주축이 된 민관합동 임대주택 리츠인 '희망임대주택 리츠'를 설립해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다가 5년 만기가 끝나면 원소유주가 원할 경우 주택 재매입권을 주기로 했다.
국토부와 LH는 지난 2013년 첫 희망임대주택 리츠를 설립해 하우스푸어의 주택 508가구를 매입했으며 그해 11월에 2차 사업으로 389가구, 2014년 3차 사업으로 173가구를 사들이는 등 3천50억원가량을 투입해 총 1천70가구를 매입했다.




이런 가운데 1차 하우스푸어 주택 508가구의 임대 만기가 올해 9월로 다가오면서 주택 재매입 가격을 놓고 원소유주들과 LH가 갈등을 빚고 있다.
당시 LH는 원소유주에게 감정평가 금액으로 재매입권을 주기로 했는데, 최근 5년 새 주변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하우스푸어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지난 2013년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거주 중이던 아파트를 희망임대 리츠에 3억8천500만원에 팔았다는 A 씨는 최근 LH로부터 매각가격을 통보받고 망연자실했다.
LH가 제시한 금액이 6억3천600만원으로, 5년 전 리츠에 팔았던 금액보다 2억5천만원이 비싸기 때문이다.
A 씨는 "LH가 처음엔 감정평가 금액이 시세보다 낮을 것이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실거래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 당시 LH가 역경매 방식을 도입해 시세보다 5천400만원 손해를 보고 리츠에 매각했는데, 5년간 대출 이자 대신 꼬박꼬박 월세 부담을 안고 살다가 이제 와서 집만 날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지난 5년간 LH에 납부한 월세가 91만원씩 총 5천460만원에 이른다"며 "전·월세전환율도 LH는 연 6%를 적용했는데, 현재 4%선인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LH의 감정평가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희망임대리츠는 만기 4개월 전에 LH가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3개월 전까지 최종 매입가를 통보하게 돼 있는데 8·2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집값이 떨어지기 전인 올해 2월에 감정평가를 서둘러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평가를 요구했다.
그러나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월에 감정평가를 한 것은 재매입을 원하는 하우스푸어들이 자금 마련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서둘렀던 것이고, 통보된 금액은 감정평가 기법에 따라 2월이 아닌 9월 재매입 시점의 가치를 미리 추산해 평가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월세전환율에 대해서도 "당시엔 전·월세전환율이 6%로 지금보다 높았지만 5년간 한 번도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임대료는 시세보다 저렴했다"고 말했다.
희망임대주택 리츠의 만기가 임박하면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재매입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하우스푸어들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하우스푸어들은 현재 매입가격이 높아 여력이 없는 만큼 차라리 임대 기간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 하우스푸어를 위한다는 희망임대주택이 '절망임대주택'이 되고 말았다"며 "새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이 효과가 나타나는 2, 3년 또는 5년까지 임대차 계약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하우스푸어 주택의 재매입 전환이 본격화됨에 따라 당분간 매입 전환금액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집값 상승에 따른 분양(매입)가 갈등은 최근 1만1천여 가구에 이르는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지는데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전환 금액이 결정되면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회와 청와대 등에는 분양전환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임차인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LH는 그러나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임차인들의 주장과는 별개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의 골자는 "판교 전용 85㎡ 이하의 경우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65% 이하 수준이며, 임대료 인상 폭도 연 2∼3%에 불과했다, 10년간 인기지역에서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거주한 것도 특혜나 다름없는데 분양가마저 낮춰달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는 서민 위주의 국민임대 거주자와 달리 추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이고, 장기 사업에 따른 사업자의 부담도 감안해 감정평가로 분양전환가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기 분양전환된 10년 임대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제도를 소급해서 변경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만 지난해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분양전환 시 가격 산정 등을 할 때 임차인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하고, 분양전환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대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과거 서민을 돕고자 시행했던 정부 정책이 되레 서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촘촘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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