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기조 선택한 김정은, 핵가방 언급도 않을 가능성
김정은 두차례 방중서 핵가방 운반 흔적은 전혀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통상 핵무기 보유국들은 최고 통수권자가 외국 순방을 할 때 핵무기 통제장치가 있는 '핵가방'을 갖고 가는 게 관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싱가포르행(行)에도 핵 가방을 들고 갈 것은 분명하다.
관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가방을 갖고 갈지에 쏠린다.
우선 북한은 일찌감치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주장해왔으며, 핵단추의 존재 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2016년에는 "핵무력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을 지시한 적도 있어 자신의 집무실에 핵무기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놨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핵 가방을 제작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핵가방으로 볼 만한 가방을 든 수행원들의 모습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김 위원장의 동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핵 가방 지참 여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핵가방은 핵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 간의 '공포의 핵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단이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있으니 우리를 핵 공격하면 우리도 핵무기로 공격한다'는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을 과시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직접 위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국외 순방용 핵 가방을 별도로 제작했겠느냐며 일단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가방을 제작해 이번에 가져간다고 해도 이를 외부에 노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수행원들이 핵가방과 유사한 크기의 가방을 들고 김 위원장을 수행한다고 해도 그것이 핵 가방인지에 대해 최대한 모호성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북한 스스로 '비핵화 의지'에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가방을 반드시 지참한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해군 장교가 20㎏가량의 묵중한 검은색 핵가방을 들고 다닌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핵가방은 '뉴클리어 풋볼'(nuclear football) 또는 '뉴클리어 브리프케이스'(nuclear briefcase)로 불린다. 러시아 대통령의 핵가방은 '체게트'이다.
핵무기를 운용하는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은 평소 집무실 일정한 공간에 핵가방을 두지만, 국외 순방이나 집무실을 비울 때 그를 수행하는 군사보좌관이 핵가방을 들고 다닌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등 수뇌부와 긴급회의를 통해 핵 공격을 결심하면 핵 가방을 열고 비스킷의 인증코드를 입력한다. 비스킷은 핵무기 발사명령 인증코드가 담긴 보안카드를 말한다. 대통령의 인증코드가 입력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핵가방 안에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빨간 단추나 망막 스캐너는 없으며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핵 공격 옵션이 적혀 있는 문서철(블랙북)과 비스킷 입력 시스템, 안전 벙커 리스트와 행동지침(마닐라 폴더)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핵 공격에 대한 반격은 15분이면 충분하며, 대통령이 발사를 명령하는 순간부터 첫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사일로를 벗어나는 데는 대략 4분이 걸린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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