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땐 신속 보도…시차 두고 '신중보도'할 듯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을 아직 전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기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뒤 숙소인 세인트리지스호텔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대외정책을 다루는 핵심 인사들도 대거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는 것으로 공식적인 현지 일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북한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대내외용 선전 매체들은 이날 오후 7시 현재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동선 및 일정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월 27일 당일 오전 6시 31분께 타전한 기사를 통해 "김정은 동지께서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4월 27일 새벽 평양을 출발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도 당시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및 남측에서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비교적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알렸다.
다만, 북한 매체들도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경우 지난달 15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조미(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며 구체적인 회담 날짜와 장소를 거론하기도 했다.
통상 김 위원장의 동정을 사후에 보도하는 북한 매체 특성을 고려할 때 12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틀이 남은 만큼 이번에도 시차를 두고 보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판문점과 중국을 제외하고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할 때 북한 내부적으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리셴룽 총리와의 면담은 10일 저녁 이뤄지는 만큼 이르면 11일 오전께 보도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매체들의 '침묵'이 첫 장거리 외유로 평양을 비우게 된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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