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속으로는 늘 생각했죠. 그렇지만 늘 시즌 중반 이후에야 우승이 나오니 대놓고 말할 기회가 없었죠. 올해는 좀 욕심을 내보고 싶네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9년차 이승현(27)은 작년까지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6승을 올린 실력파지만 정작 개인 타이틀은 한번도 탄 적이 없다.
2016년에는 평균타수 3위, 작년에는 4위에 올랐다.
이승현이 개인 타이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가 어려웠던 건 늘 시즌 첫 우승을 7월 이후에 거뒀기 때문이다.
10일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S-오일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승현은 생각보다 일찍 시즌 첫 우승이 나왔다. 시즌 2승, 3승에 도전하겠다"며 "올해는 개인 타이틀 욕심도 한번 내보겠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톱10 입상이 많고 꾸준한 성적을 내기에 시즌을 앞두고 대상은 한번 노려볼만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했었다"면서 "드러내놓고 말할 기회가 없었을 뿐 탐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이승현은 "필생의 목표는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이라면서 "다음주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은 내게는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기에 걱정을 했지만 오늘 우승으로 자신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퍼팅 달인' 이승현은 이날 우승 역시 퍼팅으로 일궜다. 버디 8개를 몰아친 원동력은 23개에 불과했던 짠물 퍼팅이었다.
이승현은 "나도 놀랄 만큼 퍼팅이 쏙쏙 들어갔다"는 이승현은 "올해 들어 최고의 그린 플레이였다"고 자평했다.
'퍼팅 달인'답게 7, 8m 거리 퍼트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승현은 "그 거리에서도 성공률은 3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12번홀(파3) 12m 버디 퍼트 역시 "충분히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퍼팅할 때 계산하기 보다는 감각으로 친다"면서 "홀 뒤에서 보면서 머리 속으로 볼이 굴러가는 라인을 상상해보고 경사와 거리는 눈과 발바닥 느낌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얘기다.
이승현의 약점은 느린 스윙 스피드에 따른 짧은 비거리다. 지난해 그는 장타 순위 107위(234.95야드)에 그쳤고 올해도 107위(234.75야드)다.
하지만 이승현은 "다시 태어나도 장타자보다는 '퍼팅 달인'을 택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장기에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이승현은 모자라는 비거리를 보완하려고 2년 전부터 페이드 구질에서 드로 구질로 바꾸고 있다고 공개했다.
"힘으로는 아무래도 안되니까 드로 구질로 비거리를 벌충하려고 시작한 스윙 교정이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이승현은 "장타자가 되려는 게 아니라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 중반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이승현은 "리더보드를 못 봐서 압박감은 없었다. 워낙 몰입해서인지 5개홀 연속 버디도 몰랐다"면서 "그러나 누가 따라오든지 나보다 더 잘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자신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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