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아베 성향 고레에다 감독…'축하인사' 좋아하는 아베 총리는 이례적 '침묵'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올해 칸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일본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가 일본 정부의 뒤늦은 축하 표명을 거절했다고 도쿄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권력과는 깔끔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이 감독을 직접 만나 칸영화제 수상에 대해 축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영화 '어느 가족'(원제 만비키<좀도둑질> 가족)으로 지난달 칸영화제에서 최고상 황금종려상을 탄 고레에다 감독은 아베 정권의 정책에 반대의 뜻을 공공연하게 밝힌 반(反)아베 성향의 인물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블로그에 "'어느 가족'에 대해 "문화청의 보조금을 받았다. 고맙고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일본의 영화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영화문화 진흥을 위한 예산은 적다"고 아베 정권의 영화 진흥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고레에다 감독이 지난달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아베 총리가 이례적으로 축전을 보내거나 축하 코멘트를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국제적인 문화·스포츠 이벤트에서 자국인의 수상에 대해 대대적으로 축하 코멘트를 발표하고 이를 적극 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단 '피겨킹' 하뉴 유즈루(羽生結弦)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緖·스피트 스케이팅) 선수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즉각 SNS에 올렸고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축하 코멘트를 내놓았다.
하지만 유독 고레에다 감독의 수상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에 대해서는 감독의 성향이 반(反)아베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야당 입헌민주당의 가미모토 미에코(神本美惠子) 참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축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비판이 일자 하야시 문부과학상이 뒤늦게 축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고레에다 감독이 이를 거절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다. '어떤 가족' 역시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는 아베 정권이 야권과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인 안보관련법 반대 집회에 참가한 적 있으며 방송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력을 우려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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