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中, 김정은에 전용기 제공…'중국 역할론' 재부상

입력 2018-06-11 09:49  

[북미회담 D-1] 中, 김정은에 전용기 제공…'중국 역할론' 재부상
소식통 "김창선, 베이징서 중국 항공기 무상임차 논의한 듯"
중국국제항공, 소속 항공기 김정은 이용으로 홍보 효과 '톡톡'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 '참매 1호'가 아닌 중국이 제공한 항공기로 싱가포르에 도착하자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만이 참여하는 종전 선언이 검토되면서 중국이 배제되는 '차이나 패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로 가면서 중국이 북한의 든든한 '뒷배'임을 대외적으로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11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초부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측에 이동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 고위급 전용기인 747기를 포함해 다양한 기종을 빌려줄 수 있다며 북한 측에 '러브콜'을 보냈고 고심하던 북한도 김 위원장의 안전을 고려해 중국이 제공하는 전용기를 이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북미정상회담 의전을 미국 측과 협의하던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6일 다급히 베이징으로 날라와 중국 측과 중국국제항공 보잉 747기와 에어버스 330기의 임차 문제를 마무리한 뒤 7일 다시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국제항공 소속의 에어버스 330기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북미정상회담 실무진을 태우고 지난 9일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이 타는 고위급 전용기인 중국국제항공 소속 보잉 747기 또한 지난 10일 새벽에 평양에 도착해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뒤 중국의 특급 경호 속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했을 때부터 북한이 보유한 항공기로는 김정은이 싱가포르로 가기 힘들다는 점을 파악하고 항공기 무상 제공을 제의하며 북한에 환심을 사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등에 업고 중국이 끼어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싱가포르에 있던 김창선 부장이 갑자기 베이징에 왔다가 하루 만에 다시 싱가포르로 간 것도 중국에 항공기를 빌리는 최종 절차를 협의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북중간 전략적 결속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으로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가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없이는 북한이 제대로 큰일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면서 중국이 후원자임을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현재 북한은 외국에 나가려면 평양에서 베이징 공항을 거쳐야 하는 등 사실상 중국이 북한의 이동권을 틀어쥐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간 것은 중국이 북한을 세계로 나오게 하는데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에 각종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고 중국이 이 회담을 은연중에 방해한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북미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라고 계속 주장해왔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항상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 측에 항공기를 빌려준 중국국제항공은 김 위원장이 타고 내리는 영상과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를 마다하고 중국국제항공기를 이용함에 따라 이 항공기가 '최고로 안전하다'고 전 세계에 직접 보증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항공기들에 대한 안전 우려를 전반적으로 해소하는 데도 일조하게 된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정상, 특히 안전을 제일 중시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국제항공기를 이용했다는 그 점만으로도 이미 홍보 효과가 극대화돼 공짜로 빌려줬다고 해도 더 남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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