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승부사 vs 승부사'…내일 누가 웃을까

입력 2018-06-11 11:25  

[북미회담 D-1] '승부사 vs 승부사'…내일 누가 웃을까
'파격적 승부사' 두 정상 기질적 공통분모에 협상 성과 기대감↑
전문가들 "트럼프, 협상력만 믿고 갔다간 김정은 수에 말려들 수도"



(싱가포르·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입국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회담장에서 어느 쪽이 웃고 나올지에 이목이 쏠린다.
양국 정상은 그동안 "꼬마 로켓맨"(김정은), "늙다리 미치광이"(트럼프) 등 막말을 주고받으며 '말의 전쟁'을 벌이긴 했지만 파격적 승부수를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는 과감한 승부사 기질이라는 공통점도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두 정상의 이런 기질적 공통분모가 이번 회담에서 의외의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지도자 모두 이번 회담에 걸린 게 많다는 점도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11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늙다리, 꼬마 로켓맨을 만나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많은 공통점 가진 적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에게서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를 불신하고 역사에 획을 긋는 데 목마른 이단아이면서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인 자신의 모습을 본다"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두 정상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각자 국내에서 지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WP에 김 위원장은 "지속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느끼며 그런 측면에서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이라는 북한 전임 지도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또 "북한과의 핵협상은 개인외교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법을 통해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외교정책 비전의 궁극적인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 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협상에 대해 "자신감을 느낀다"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가늠하는 데 "1분 이내면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익명의 관계자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방법을 찾아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북미정상회담)은 그에게 또 다른 협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상회담도 '비즈니스 협상'의 하나로 인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나이를 뛰어넘는 노련함과 철저한 준비성을 자랑하는 김 위원장의 수에 말려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두 차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똑똑한 사람"이라며 "복잡한 논의에도 매우 능하고 논의에서 다소 벗어난 내용에 대해 질의해도 바로 답변했다. 메모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호평한 바 있다.
CNN 방송도 김 위원장이 "어떤 중요한 양보를 하지 않고도 2명의 전임 지도자가 이뤄내지 못했던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라는 궁극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목표를 위해 지난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WP에 "북한 협상팀은 '거래의 기술'(트럼프의 저서)뿐 아니라 각종 언론 보도에서부터 '화염과 분노'(마이클 울프 著)에 이르기까지 대중에 공개된 모든 기록을 세세하게 분석해왔다"고 언급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철저한 대비로 임하는 김 위원장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업가적 협상력만 믿고 나갔다가는 북한 비핵화라는 실질적 성과는 얻지 못한 채 북한이 원하는 것들만 쥐여주고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빅터 차 석좌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은 세워주면서 자신들을 완전한 비핵화에 얽매이지 않게 하는 논의들만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이른바 스위트 스폿(sweet spot·최적 지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만약 (대북) 협상의 역사와 그들의 속임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두 눈을 번쩍 뜨고도 거기로 걸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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