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조식당 삼삼오오 오가며 담소…'여유·화기애애'
물밑선 사전조율 분주…리용호·조용원·김성남 등 잇단 외출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세기의 담판'이 될 6·12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아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는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로 붐볐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 현재 이 호텔 현관에선 금속탐지기와 X레이 검색대를 이용해 국제공항 수준의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곁에선 북한 경호원이 서서 싱가포르 경찰의 검색작업을 지켜보며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검색대를 지나 들어선 로비는 대체로 여유 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북한 대표단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호텔 조식당으로 이동해 아침 식사를 나눴다.
오전 8시 9분께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나란히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흰 반팔 와이셔츠와 검정 원피스 등으로 비교적 가벼운 차림이었으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등의 여유를 보였다.
그 직후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대행이 식당에서 나왔고, 평창올림픽 방남 공연으로 잘 알려진 삼지연 관현악단의 현송월 단장과 여성 대표단원들이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검정 바지에 흰색 가디건 차림인 현 단장은 조식당 이용권을 깜박 가져오지 않은 듯 "영수증이…"라며 실무단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과 웃으며 대화를 나눈 뒤 다시 객실로 올라가기도 했다.
'방탄경호단'이라는 별명을 지닌 북한 경호원들은 7∼8명씩 무리를 지어 교대로 식사를 했다.
하지만 중요한 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을 반영한 듯 북한 대표단은 여유 속에서도 긴장을 유지하는 않는 모양새다.
북한 당국자들은 취재를 시도하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했다.
일부 기자들은 이 과정에서 호텔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한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망원렌즈를 이용해 취재진의 얼굴을 몰래 찍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여기에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싱가포르 리츠 칼튼 호텔에서 성 김 주필리핀 미 대사와 최 부상이 실무회담을 진행 중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 대사와 최 부상은 합의문 초안 작성 등과 관련한 막판 조율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리용호 외무상은 오전 8시 47분께 흰색 승합차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 미국과의 사전조율과 관련이 있지 않으냐는 관측을 불렀다. 그는 약 50분 뒤 주싱가포르 북한 대사 등과 함께 숙소로 복귀했다.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도 오전 9시 54분께 호텔을 나서는 등 북한 대표단은 물밑조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북한의 대중 외교 담당인 김 부부장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대중 채널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어 전담 통역사 출신인 김 부부장은 중국 고위급 전용기 임차 등 이번 회담의 준비과정과 회담 결과 통보 등 중국 측과 소통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추측된다.
또 김 부부장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 중국을 경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호텔에서는 미국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모습이 목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 첫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