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김정은 두문불출 속 北실무진 종일 분주

입력 2018-06-11 20:24   수정 2018-06-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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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D-1] 김정은 두문불출 속 北실무진 종일 분주

김정은, 외부일정 없이 오후까지 숙소 머물러…회담 준비 총력
北대표단, 겉으로는 여유…美와 밀도높은 조율 계속하는 듯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6·12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종일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나서지 않았다.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부터 시작될 회담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의제 등 준비상황을 사전 점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때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의 경제시설 등을 참관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그가 숙소를 빠져나갔다는 동향은 현지시각으로 오후 7시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았다.
호텔 로비에 있던 북한 경호원은 김 위원장의 외출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최고위 핵심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줄인 반면, 실무진들은 종일 호텔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싱가포르 리츠 칼튼 호텔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오전 10시 시작된 실무회담을 마친 최 부상은 낮 12시 14분께 숙소로 귀환했다.
그는 오후 1시 44분이 돼서야 점심을 먹으러 2층 중식당으로 내려와 김 위원장에게 실무회담 결과를 보고하느라 식사 시간이 늦어졌을 것이란 추측을 낳았다.
오후 2시 15분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대행,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과 다시 숙소를 나선 최 부상은 김 대사와 재차 회담 관련 사항을 논의한 뒤 오후 4시 34분에 복귀했다.
김 위원장은 최 부상 등 협상팀으로부터 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을 최종 조율한 결과를 보고받으며 정상회담에서의 대응 전략을 숙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용호 외무상도 아침 일찍 외출해 싱가포르 측과 외교장관 회담을 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등도 오전부터 외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조용원·김성남 등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대형 버스 한 대와 미니 버스 3대를 동원해 경호원 70여 명을 비롯한 100명이 넘는 규모로 대거 외출했다. 이때 싱가포르 측에서도 전경 등을 다수 동원해 호텔 로비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치면서 취재진의 이목이 쏠렸다.
이 가운데 경호진들은 회담장인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을 방문해 점검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 단장과 조용원·김성남 및 대표단 30∼40명은 외출한 지 약 3시간 만인 오후 5시 15분께 호텔로 복귀했다. 이들이 어디를 방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식물원 등 현지 시설을 참관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위원장의 '집사' 격으로 의전 문제를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호텔 1층 비즈니스 센터를 수차례 오가며 회담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묵은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는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으로 종일 붐볐다.
북측 인사들에게 촬영이나 질문은 차단되지만, 내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딱히 제지하지 않는 까닭에 북미정상회담 준비 동향을 지켜보려는 기자들이 삼삼오오 몰렸다.
북한 대표단 당국자들도 취재진의 시선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대체로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오전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김성혜 실장 등 주요 인사들이 흰 반소매 와이셔츠 등 편한 복장으로 1층 식당에 나와 아침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눴다.
북한 대표단의 점심이 진행된 호텔 2층 중식당에서는 북한 대표단원들이 일반 시민들이 앉은 식탁 바로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북한 관계자가 식사를 마치고 나가며 식당 측에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이후 일정 등을 논의하는 등 스스럼없는 태도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처럼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대표단은 일말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로비를 오가는 북한 당국자들은 말문을 트려는 내외신 기자들에게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했다. 성 김 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 등 미국 측과 마지막까지 밀도 높은 조율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강일 국장 대행이 이날 호텔 측과의 협의를 위해 저녁 1층 로비에 내려왔을 때 일부 기자들이 미국 측과의 의제 관련 추가협상 가능성 등에 대해 질문했으나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일부 기자들은 북한 대표단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호텔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한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망원렌즈를 이용해 취재진의 얼굴을 몰래 찍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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