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확보 또 실패…본사 차원 개입 의혹 수사 속도조절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삼성 노조와해 공작의 실무 책임자로 의심받는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박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가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범죄사실의 많은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최근 조직적 증거인멸 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고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2013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노조와해 공작을 뜻하는 속칭 '그린화' 작업을 지시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를 받는다.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 4곳의 기획폐업을 주도하고 그 대가로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박 전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박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노조와해 작업에 쓰인 10억원대 불법자금을 용역수수료로 지급한 것처럼 꾸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아낸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를 더해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 당시 회사 경영을 책임지며 노조와해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된 박 전 대표의 신병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숨진 노조원의 장례식을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유족을 회유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의 구속영장도 함께 기각됐다.
이씨는 2014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염호석씨의 시신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구할 당시 경찰이 출동하도록 112에 신고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의 재판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은 위증 범행이고 노조법 위반 등 범행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후자의 수사를 위한 사유를 (이씨의) 구속 사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이날까지 사측 인사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10건 중 9건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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