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 외식업 경영자 390명 실태조사…점주들 "고용 까다롭다" 호소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국내 외식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자격을 정한 '고용허가제'가 시행 중이지만, 그 조건이 너무 엄격해 도리어 불법 고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19일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제주 지역 외식업 경영자 390명을 조사해 최근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0.3%(118명)는 불법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음식점 10곳 가운데 3곳꼴로 불법으로 외국인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불법 고용 외국인이 없다는 응답자는 69.7%(272명)였다.
그러나 사업장 면적이 100㎡ 미만인 소규모 업소를 대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외국인 불법 고용 비율은 40.9%로 껑충 뛰었다. 동네 식당일수록 종업원 인건비 압박을 크게 받는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외국인 불법 고용 이유를 묻자 '인력 채용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81.4%로 가장 많았다. 10.2%는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100㎡ 미만 사업주 4명 중 1명꼴인 25.8%는 '앞으로도 외국인을 불법으로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고서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됐음에도 사업주들이 불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합법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고용허가제 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외국인 불법 고용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당에서 외국인을 쓰려면 중식당 200㎡ 이상, 일반 식당 60㎡ 이상 면적을 갖춰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따진다. 최소 3명 혹은 2명의 내국인을 고용해야 외국인 주방장이나 조리사를 쓸 수 있다.
다만 제주도의 경우는 '통역판매사무원'이라는 외국인 직원을 둘 수 있게 돼 있지만, 이마저도 사업장 면적 최소 100㎡ 이상에 연 매출 1억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연 매출 1억∼5억원인 곳은 1명, 5억∼10억원인 곳은 2명, 10억원 이상인 곳은 3명의 통역판매사무원을 각각 둘 수 있다.
보고서는 "실제 외식업 현장에서는 고용허가제 문턱이 너무 높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그림의 떡이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기준을 낮춰달라는 요구"라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최근 1년간 제주 지역 식당 월평균 고용 인원을 조사했더니 100㎡ 미만 사업장에서는 합법 외국인이 0.09명에 그쳤지만, 불법 외국인 근로자는 0.47명이나 돼 무려 5배를 웃돌았다. 채용한 내국인 근로자는 월평균 1.68명이었다.
이 때문에 100㎡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응답자 가운데 93%는 고용허가제가 정한 조건이 까다롭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대답은 5.9%, 까다롭지 않다는 비율은 0.4%에 그쳤다.
보고서는 "2016년 국내 음식점업과 주점업 사업체 67만 개 가운데 고용허가제 요건을 갖춘 곳은 사업장 면적 기준 32.58%, 연 매출액 기준 53.7%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요동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고용허가제도 유연하게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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