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어릴 적 미국으로 보내져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린 한인 입양아들과 이들을 자녀로 맞은 미국인 가족들이 매년 6월 '특별한 소풍'을 나선다. 한인 입양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음식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을 느끼고 배우는 시간.
지난 10일(현지시간) '2018 한국 문화 피크닉'(Korean Cultural Picnic)이 열린 시카고 북서교외도시 글렌뷰 '블루스타 메모리얼 우즈' 공원으로 일리노이·미시간·미네소타·위스콘신·인디애나·오하이오 등 미 중서부와 멀리 캘리포니아로부터 한국의 정취를 확인하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주최 측은 200여 명의 한인 입양 가족 및 자원봉사자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1977년부터 시카고 아리랑 라이온스 클럽(ALC·회장 션 박) 주관으로 개최돼온 이 행사는 올해로 41회를 맞았다.
참석자들은 불고기·잡채·닭강정·만두·김치 등 인기 많은 한국 음식을 나누고, 사물놀이 공연·태권도 시범·가야금 연주 등 전통문화를 감상한 후 함께 어우러지는 단체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줄리 신 ALC 총무는 연합뉴스에 "한인 입양아를 둔 미국인 부모들에게 한국·한국문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입양아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낄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고 행사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정보와 체험 기회에 목마른 입양아 가족이 많다 보니 초기에는 매년 1천500~2천여 명이 모였으나 차츰 지역 모임들이 생기면서 참가자 규모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입양아 출신 마크 윤트(일리노이 주 쇼어우드 거주) 등 1회 때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석하는 열성 멤버들도 있다. 윤트 씨는 처음엔 입양 부모를 따라 참석하다가 이제는 자녀들을 데리고 모임을 찾는다.
일리노이 주 모키나에서 입양 자녀 10명을 데리고 참석한 열혈 부모 조엘과 케리 고레츠키도 있다.
30년 이상 꾸준히 참석한 가족 수가 열 가족 이상. 비가 오고 날이 궂었는데도 미시간에서부터 3시간 넘게 운전해왔다는 가족이 행사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신 총무는 "행사를 찾는 입양 부모들은 자녀에게 한국적인 것을 일깨워주려 노력한다"며 새로 입양한 부모와 베테랑 부모, 입양아 출신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국문화 피크닉은 매년 같은 장소에서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린다.
이 행사는 1970년대 한 입양 부모가 한국 음식점을 찾아 자녀에게 한국 음식을 먹어보게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라이온스 클럽 회원에 의해 창안됐다.
회원들은 미 중서부 한인 입양아 소재를 파악, 주소록을 만들고 모임을 추진했다.
미 중서부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많은 수의 미군이 파병된 지역이자 한인 입양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ALC은 시카고 교외도시 오크브룩에 본부를 둔 국제봉사단체 '라이온스 클럽 인터내셔널'(1916년 인디애나 주 에븐스빌서 창설)의 지부로, 1943년 "한인들로만 구성된 미국 내 첫 라이온스 클럽"으로 발족했다. 단체명에 우리 민족 문화의 상징 '아리랑'을 앞세운 이유다.
이들은 기금마련 골프대회와 일일식당, 사탕 판매, 후원 및 협찬 등을 통해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ALC는 이외에 입양 후 한 번도 한국에 가보지 못한 이들 가운데 신청자를 받고 있으며 매년 12~20명씩 모국 방문을 후원하고 있다. 2006년 사업을 시작, 지금까지 12년간 180여 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올해 선발된 인원은 16명. 이들은 11일 한국에 도착, 23일까지 모국을 직접 보고 배울 기대에 들떠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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