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오래되고 수관 큰 나무만 고사..."기후변화 탓만은 아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아프리카 열대초원 사바나의 상징인 바오바브 나무 고목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죽음을 맞고 있다고 과학자들이 학계에 보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루마니아, 미국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은 아프리카 남부의 바오바브 나무에 관한 문헌 자료와 현장 조사, 원주민 탐문 등을 통해 지난 12년간 바오바브 나무 중 수령이 가장 오래되고 수관이 가장 큰 나무 대부분이 이미 죽거나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식물분야 과학저널 '네이처 플랜트(Nature Plants)'에 밝혔다.
이는 전염병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바오바브 나무의 구조와 수령 등을 조사하기 위해 방사성 탄소를 이용한 연대측정법을 사용했다. 수령이 파악된 60여 그루 중 일부는 2천년 이상 된 나무도 있었다.
'판케'라는 기우사의 사당으로 사용된 바오바브 나무는 2450년 전에 싹이 텄으며 지난 2011년에 고사해 쓰러진 상태다.
수령이 가장 오래된 13그루 중 7그루, 수관이 가장 큰 나무 6그루 중 5그루는 완전히 죽거나 가장 오래된 부분이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나무들은 짐바브웨와 나미비아, 남아공, 보츠와나, 잠비아 등지에 산재해 있으며 수령이 1000~2500년 이상에 달한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지하수 등의 상황이 바오바브 나무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면서도, 이 나무들이 1천년 이상을 살면서 다른 식물들은 버티지 못한 지금보다 더 덥거나 낮은 기후, 가뭄 등을 극복해온 점을 들어 기후변화 탓만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루마니아 바베쉬보요이대학의 아드리안 파트루트 박사는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바오바브 나무가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슬프다"고 말했다.
바오바브 나무는 어릴 때는 가지 없이 한 줄기로 자라다 성목이 되면서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를 원형으로 자라게 해 나무 가운데에 거대한 공간을 만든다. 이 공간은 원주민이나 동물들에게 피난처나 그늘막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바오바브 나무의 뿌리와 껍질, 씨앗, 열매 등은 많은 동물의 먹이도 돼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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