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기 엄마가 몰래 한 녹음은 증거 안돼"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생후 10개월 된 젖먹이가 울자 막말을 하며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아동 돌보미가 자신의 학대를 인정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동 돌보미인 A(48·여)씨는 지난해 9월 대구시내 한 가정에서 생후 10개월 된 B군을 돌보고 있었다.
A씨는 B군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울자 아기를 상대로 수차례 막말하거나 큰소리로 욕을 했다. 또 B군이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하지 않은 채 자기 아들과 통화를 하거나 TV를 봤다.
당시 A씨 행동과 B군의 울음소리 등은 B군 어머니가 집에 몰래 켜둔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됐다. 녹음 내용 가운데는 B군 엉덩이 등을 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소리도 있었다.
B군 어머니는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A씨는 경찰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B군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것은 인정했지만, 신체적 학대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A씨의 정서적 학대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B군 어머니가 학대 증거를 찾기 위해 몰래 녹음한 것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녹음한 음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오병희 부장판사는 13일 "피해 아동이 음성이나 울음소리로 피고인에게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행동을 야단치는 의미에서 막말이나 욕을 한 것인 만큼 녹음 내용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B군 어머니가 타인간 대화를 녹음해 확보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및 형사 절차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B군 어머니가 녹음한 음성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 부장판사는 "정서적 학대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정서적 학대행위를 자백했지만,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해 이를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어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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