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정은-트럼프, 한반도 냉전 해체 역사적 첫발 뗐다

입력 2018-06-12 20:00  

[연합시론] 김정은-트럼프, 한반도 냉전 해체 역사적 첫발 뗐다

(서울=연합뉴스) 멀고 긴 여정이었다. 한반도 분단 70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 앉은 가슴 벅찬 역사적 장면이 연출됐다. 오랜 기간의 대결과 반목을 뒤로하고 두 정상이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한 악수와 대화는 불신과 증오의 과거를 청산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공감과 약속의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두 지도자가 약속한 '새로운 출발'로서 의미가 실로 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의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내용의 4개 항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북미 정상은 이번 첫 만남에서 핵 문제에서 인권까지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고 서로의 인식을 확인했다. 짧은 만남이 충분하진 않았겠지만 수십 년간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시작한 첫걸음을 뗐다.

◇ '완전한 비핵화' 확인…길고 험난한 과정은 남았다

북미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과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약속을 맞교환하는 합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 제공을 공약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을 정상회담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언급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의 구축을 예고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전했고, 김 위원장이 자신의 백악관 방문 요청을 수락했으며 자신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 냉전체제 해체를 위한 담대한 여정이 궤도에 올랐다.

다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못한 채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쉽다. 비핵화의 목표시한을 포함한 시간표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의 내용이나 시한도 담기지 못했다.

결국, 구체적인 북한 핵 폐기 문제는 북미 간 후속 협상으로 넘어가게 됐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측 고위급 관리 간의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북핵 폐기의 시간표, 방법, 범위는 물론 검증방식 등 논의해야 할 난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최대한 신속히 쟁점들을 타결해 북미 관계 개선의 동력을 상실하지 않아야 한다.

◇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 중요…한국 역할 중요

올해 들어 북미 관계의 진전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동력이 됐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북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 약속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가 핵심적이었다.

우리 정부는 다시 한반도 운전자로서 북핵 2라운드 정상외교의 길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합의하기까지 견해차를 좁히는 동시에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하기까지 우리 정부와 문 대통령의 역할은 여전히 작지 않을 것이다.

뿌리 깊은 적대와 반목이 일거에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우리는 북미 두 정상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험난할 수 있지만 '평화와 고요'의 섬 센토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맞잡은 두 손이 어려운 또 다른 항해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 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언급…안보 우려 없도록 해야

이번 정상회담 논의가 한국의 안보에는 영향은 없는지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불쑥 언급한 것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북한과) 협상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훈련 중단 시에는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핵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핵화 진전에 따라 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 카드는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론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그것도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갑자기 나온 것이 자칫 우리 사회 내부에 남남갈등이나 불안을 야기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와 얼마나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미국과 충분히 조율하고, 그 내용은 소상히 설명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 김정은, 싱가포르에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기대

2박 3일간의 싱가포르 방문 기간 김 위원장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이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11일 밤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명소를 차례로 둘러봤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경제건설'에 매진키로 한 상황에서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

김 위원장이 본 싱가포르의 발전상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도발을 멈추며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올 경우 북한이 걸어갈 수 있는 '더 밝은 미래'의 청사진이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까지 오는 이동수단으로 중국국제항공 항공기를 선택했다. 체면보다는 안전을 택한 행보이자, 그의 실용주의적 입장을 반영해 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가 이번 싱가포르 방문 길에 보고 들은 것이 담대한 여정의 지속을 강하게 추동해 주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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