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센토사 합의'에 경기 접경지 부동산 '들썩'

입력 2018-06-13 06:01  

[한반도 해빙] '센토사 합의'에 경기 접경지 부동산 '들썩'
개발 기대감에 호가 2배 올리고 매물 거둬들여 거래 '실종'
'묻지마 투자'에 '기획 부동산'까지…전문가 "섣부른 투자 주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동규 기자 =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는 소식에 경기 북부 접경지역의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 정상이 '센토사 합의'를 끌어내자 한반도 긴장 완화 기대감에 땅 주인들은 호가를 2배 이상 높여 부르거나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 '묻지마 투자'에 나서거나 '기획 부동산'이 등장하는 등 시장 과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접경지에 대한 투자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고 조언했다.



13일 경기 북부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북미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약속에 합의하는 등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땅 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계약을 보류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등 외부 투자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어오는 문의 전화도 폭주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의 A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4월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토지 계약이 보류되고 땅 주인들이 호가를 2배 높게 부르는 등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어제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주읍 B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통선 안쪽에 있는 토지 호가가 3.3㎡당 10만원 정도 올랐다"며 "언론에서 이쪽 분위기가 좋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땅값이 '더블'이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일부 투자자들은 땅의 입지나 조건을 따지지도 않고 '묻지마 매입'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파주읍에 있는 C 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일로 인근에 붙어 있는 땅들, 문산에서 임진각까지 민통선 들어가기 직전의 땅들이 '금싸라기'가 됐다"며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접경지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문산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에는 최근 서울 등지에서 토지 가격을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산읍 D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강 건너 민통선 지역은 3.3㎡당 10만원 하던 게 30만원까지 갔고, 문산 시내도 10년 전 반토막 났던 가격을 회복했다"며 "10년 전 시내에서 3.3㎡당 100만원 하던 땅이 50만∼60만원까지 떨어지고 거래도 없었는데, 최근 100만원 선을 회복했고 하나둘씩 거래도 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예전에는 매도 의사 결정이 빨랐는데, 요즘은 땅을 내놨다가도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무턱대고 안 팔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 거래 성사는 없고 호가만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주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기획 부동산'도 등장했다.
문산읍 E 부동산 업소 대표는 "최근 서울에서 손님이 전화로 문의해 왔는데, 파주에 3.3㎡당 250만원 하는 땅 330㎡(100평) 정도를 10명이 나눠서 투자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어떨 것 같으냐는 문의였다"며 "파주가 뜨니까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기획 부동산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저 평가된 파주 지역은 개발만 된다면 투자성이 있겠지만, 지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관심을 받는 민통선 안쪽은 개발되더라도 정부에 수용될 가능성이 커 보상 예상 가격이 현재 호가 수준보다 얼마나 높을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파주를 비롯해 경의선과 통일로 등 남북한을 연결하는 육로 주변은 물론, 비교적 조용했던 연천 등 지역도 수혜지로 부상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연천군 F 부동산 업소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연천 땅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땅 주인들이 늘어나 가격 문의를 하는 땅 주인과 투자자들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어 정신이 없다. 지금도 계속 문의 전화가 들어와 취재에 길게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남북회담 이후 파주가 제2 개성공단, 판문점 일대 개발, 철도·도로 등 구체화한 밑그림이 나오자 연천에도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실제 도로가 파주에서 연천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수혜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접경지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자칫 토지가 수용되거나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매입하는 경우에는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파주·문산 일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곳이 많고 자연·생태보호를 위한 규제도 만만치 않다"며 "이런 규제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또 "최근 농지은행을 많이 활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농지는 자경 요건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이 뒤따른다"며 "자칫 개발이 어려운 땅을 기획 부동산 등의 말을 믿고 구입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이 싸다고 해서 휴전선 인근의 임야 등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당장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군사외교 상황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고 자칫 장기간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며 "종전선언 등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을 봐가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파주 등 접경지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의견도 있다.
정작 통일이 된다면 서울 등 일자리가 집중되는 곳으로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파주 등 접경지에 왕성한 개발이 이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일을 기대한 투자라면 파주·철원은 서울로 오는 '통과지대'여서 오히려 희소가치가 없다"며 "이미 호가도 많이 올라 단기투자로서도 별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파주 통일동산의 인근 토지의 경우 남북관계 경색으로 계속 땅값이 떨어졌다가 최근 남북정상회담 등 화해 무드를 타고 이제서야 10여년 전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라며 "섣부른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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