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대 행동' 원칙의 로드맵 조율돼야…동북아 안보체제 논의로 진전 필요"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합의는 상당히 일반적인 것이며 실제 이행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긴 시간과 추가적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에서 직접 북미회담 과정을 지켜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이날 회담 뒤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회담은 잘 됐다. 양측 모두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평했다.
이어 "전쟁 위험이 물러나고 양국(북미)이 회담에 만족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이 안정된 상황이 다시 악화하지 않고 길게 지속하면서 대화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회담은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으며 공동성명은 아주 일반적인 것"이라면서 "비핵화 과정은 아주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김정은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고, 언젠가 핵시설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할 수도 있으며, 핵무기 생산 시설 폐기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것이 보유 핵탄두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과제임을 꼬집은 것이다.
톨로라야는 "앞으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상호 양보 조치들을 명시한 로드맵이 조율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어떻게 조율되느냐에 향후 협상 진전이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 같은 로드맵이 확정되면 남북미 외에 러시아, 중국,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6자회담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미 양국 정상의 상대국 방문이 조만간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 "아직 실무 협상이 더 진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렙 이바셴초프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도 "싱가포르 회담은 향후 협상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대화가 시작됐고 상호 위협에서 멀어졌다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모든 대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의 남북한 대화 노선이 북미 간 대화의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바셴초프는 그러나 "현 단계에서 곧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북미 양측은 서로에게 익숙해져야 하고 양국 간에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말할 때는 자국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미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금지, 핵무기 탑재 미 군함의 한국 입항 금지, 핵무기 탑재 미 공군기들의 한국 영공 비행 금지 등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바셴초프는 이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는 남북미만의 문제는 아니며 훨씬 많은 국가의 문제"라면서 "이 문제 해결에는 러시아, 중국, 일본도 참여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이 문제는 동북아 지역 전체의 포괄적 안보 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저명 외교 전문가인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채택된 공동성명 내용은 추상적인 것이지만 첫 회동 결과로서는 최대한의 성과"라면서 "두 지도자(북미 정상)가 효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협상의 쉬운 부분은 여기서 끝날 것"이라면서 "선언된 내용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앞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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