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리비아 모델 주장…과거엔 김정일을 '폭군·독재자'라 비난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과 '악연'이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의 사진이 13일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12일 열린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2면에 김정은 위원장과 볼턴 보좌관의 악수 장면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이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각각 악수하는 모습의 사진도 나란히 게재했다.
사진이 실린 순서로 봤을 때 김 위원장은 확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 측 배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볼턴 보좌관과 인사를 나누며 악수는 물론이고 환한 미소까지 보였고, 노동신문은 이를 전격적으로 보도해 주목된다.
'슈퍼 매파'로 분류되는 볼턴 보좌관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주창하며 북한의 강한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지난 2003년 김정일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칭하고 "북한의 삶은 지옥 같은 악몽"이라고 발언한 후 북한으로부터 "인간쓰레기", "흡혈귀"라는 비난을 받고 북핵 협상 미국 대표단에서 제외되는 등 북한과 악연이 깊다.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볼턴 보좌관의 강성 발언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16일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언급하고 이를 표면적 이유로 삼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선언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예방했을 당시 배석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확대 정상회담과 오찬에 당당히 배석하며 체면을 되찾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ABC방송과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볼턴 보좌관의 조우 상황을 전하며 "오늘 나는 그(김 위원장)에게 존 볼턴도 소개해줬다.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끝날 무렵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나는 그들이 (서로에 대해) 좋은 신뢰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반에는 분위기가 다소 경색돼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김 위원장은 볼턴 보좌관과 대화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방식을 설명하며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CNN은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고 고의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분노를 유발해 회담을 좌초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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