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승패는 진작 예고됐다… 희비 가른 요인들은?

입력 2018-06-14 01:44  

[6·13 선거] 승패는 진작 예고됐다… 희비 가른 요인들은?
문대통령 높은 지지율·남북화해 분위기, 민주당 압승 견인
한국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 재확인…홍준표 발언도 내내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인 6·13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4곳을 차지하는 '역대 최대 승리'를 거뒀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등 2곳만을 지켜내는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정농단 및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에 대한 냉혹한 민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홍준표 대표의 잇단 막말 논란은 참패를 초래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민주당의 압승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기인한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집권한 이후 1년 동안 7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가상화폐 논란이 확대된 지난 1월 60% 안팎까지 하락한 적이 있지만, 4·27 판문점선언으로 남북관계에 거센 훈풍이 불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내 70% 이상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한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두고 왜곡된 여론조사라고 비판했지만, 이번 선거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허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특히 민심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여전히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지방권력까지 현 여권에 몰아준 건 적폐를 청산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유권자들의 명령이라는 근거에서다.
여기에 불통과 권위로 상징된 이전 정부의 구습과 결별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파격적 소통 행보, 이른바 '문재인 리더십'이 국민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샀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비단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만이 밑거름이 된 게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 역시 50% 넘는 지지율을 유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데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성인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민주당은 53%의 높은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결국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고공 지지율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권에 중앙권력 뿐만 아니라 지방권력까지 부여한 것으로, 집권 2년 차를 맞은 현 여권은 각종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반면 한국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과 드루킹 특검,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개인사 논란으로 대대적인 대여 공세를 펼쳤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한반도 평화 분위기… 허망한 '안보정당' 이미지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은 한반도 평화라는 화두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례 없는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안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당의 입지가 좁아져 왔다.
특히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남북 예술단의 교차공연 등으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결정적이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의지를 담은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이 나온 데 이어 북한이 외신 기자들의 참관 아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비핵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의해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보수 정권 9년 간 점점 고조돼온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대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나아가 지방선거 바로 전날 열린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은 민주당의 승기를 더욱 굳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포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장면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중재자 역할'에 힘을 실어줬다.
이같이 현 여권이 '안보 이슈'를 주도하면서 한국당이 보수의 전유물인양 여긴 안보 이슈에 있어 사실상 '갈 길'을 잃은 상황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정책을 비판할 수도, 그렇다고 이를 지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역풍에 휩싸이기도 했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맹목적인 비판은 유권자들은 물론 심지어 당 일각의 반발을 일으키며 '안보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오히려 위축시켰다.



◇ 박근혜 탄핵 여파…여전히 한국당에 냉혹한 민심
이번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1년 이상이 지났지만, 보수 진영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촛불 민심'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박 전 대통령 제명 등 친박(친박근혜)계 청산 작업을 추진했지만, 국민은 여전히 보수 진영에 매서운 회초리를 든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보수 정권의 비리가 속속 드러났고, 민심은 더욱 싸늘해졌다.
여기에 당내 상황은 더더욱 국민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의 해묵은 계파 갈등에 이어 '친홍(친홍준표) 대 비홍(비홍준표)'으로 새로운 계파 갈등이 지속돼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은 없었고,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 친박 진영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한국당은 '보수 와해의 책임을 지고 반성한다'는 말과 함께 인적·조직·정책 혁신에 나선 것은 물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국민의 눈에는 '달라진 것 없는 한국당'이었다.
결국은 국민은 이대로의 한국당은 안 된다고 보고 '역대급 참패'라는 결과로 한국당을 심판했다. 심지어 한국당이 선거 막판에 결집을 호소했던 '숨은 보수'도 응답하지 않았다.



◇ 홍준표 발언 논란 역시 패배요인이라는 진단도
홍준표 대표는 이번 선거 기간 최고의 '관심' 인물이었다.
홍 대표의 발언은 자주 논란을 일으켜 당내에서조차 한국당 최대의 적은 '홍준표'라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더러 나왔다.
지난달 2일 민중당 경남도당 당원들의 피켓시위를 보고 "창원에 여기 빨갱이들이 많다"라고 한 건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고, 홍 대표는 이에 "경상도에선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빨갱이 같다'고 한다"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판문점선언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이어지자 '위장평화쇼', '남북평화 사기극'이라고 비판,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들 사이에서 "너무 나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서 '홍준표 패싱'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홍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주요 현장을 다니지 못하고 중앙당에 머물러야 했다.
여기에 홍 대표가 최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을 부산 해운대을 보궐선거 후보로, 조진래 전 의원을 경남 창원시장 후보로 공천하면서 당내 '사천 논란'을 불렀다.
막판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라는 말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됐다.
jesus786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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