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일 사퇴할 듯…당분간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체제
당권경쟁 점화 가능성…외부인사 영입해 비대위 체제 갈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지난 1995년 6월 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이처럼 참담한 패배는 없었다.
자유한국당이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대구시장, 경북지사만 건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울산·경남도 모조리 내줬다.
그야말로 'TK(대구·경북) 정당' 수준으로 몰락한 것이다.
당장 홍준표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토로해온 비홍(비홍준표) 진영 의원들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일부 당협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당의 재건을 열망한다"면서 홍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대표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이르면 14일 오후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가 사퇴하면 일단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비상체제'가 당분간 가동되는 것으로, 이 기간 극심한 내홍이 예상된다.
당장 '포스트 홍준표' 체제'를 노리는 차기 주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당권 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당 전체가 또다시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해묵은 계파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당권 주자로는 심재철(5선)·나경원·정우택·정진석·주호영(이상 4선)·김용태·안상수(이상 3선)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당선인에게 패한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도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당내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면서 "새로운 지도 체제를 세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역 의원 모두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2선 후퇴론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거론되는 당권 주자들은 지난 보수정권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당내 한 인사는 "현재 당내 누구도 이번 선거 패배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는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불가피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상 위기의 정당이 내놓는 고정 레퍼토리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처절한 혁신을 하기 위해선 외부에서 구원투수를 영입해야 논리다.
벌써부터 외부 인사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한때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2인자였다는 점에서, 김병준 전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지명자였다는 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외에 보수 진영을 대표할 수 있는 주자들이 마땅치 않아 구원투수 영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던 인물난이 재연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보다 당 쇄신 작업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한국당의 혁신 작업은 보수대통합과 맞물려 돌아갈 거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궤멸 수준으로 뭉개진 보수를 재건하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보수 진영 시민사회 단체들이 '빅 텐트론'을 기치로 대대적 보수대통합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당의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될 수도 있으나 이에는 극심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jesus786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