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개편 보수진영 대안으로 떠오르나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대학입학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차지했던 원희룡 현 제주도지사가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원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고 인기를 누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핫라인'임을 자랑하는 문 후보를 10%포인트 넘게 여유 있게 따돌렸다.
무소속인 그가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여당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저력은 제주에서 유일한 학력고사 전국 수석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태어난 그는 1982학년도에 시행된 첫 번째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하고, 34회 사법시험에도 수석 합격했다. 1995년 서울지검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수원지검과 부산지검을 거쳐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사이버 무료 법률사무소 '오세오월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에서도 1등을 하겠다며 2000년 제16대 총선 때 서울 양천갑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3선을 노리던 민주당의 박범진 후보를 제쳐 주목받는 정치 신인이 됐고, 2012년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가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의원과 겨뤘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원 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해 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창당한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하자 그는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지금까지 18년 동안 줄곧 정당의 지원을 받으며 정치를 해왔던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재선되며 향후 중앙 정치 무대로 도약할 발판을 다졌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역할을 할 큰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제주도민의 열망이 '제주도민당'을 외치며 선거 운동에 임한 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보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면 제주에서만 보수진영 후보가 승리한 셈이다. 진보 강세 지역인 제주에서 재선에 성공한 원 지사는 앞으로 정계 개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원희룡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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