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대통령 "타협안에 서명 못해"…그리스 야당 "총리 불신임안 제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명을 놓고 27년째 앙숙 관계를 이어가던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12일(현지시간) 갈등 해소를 위한 역사적인 타협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에 대해 양국 모두에서 내부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13일 "그리스와의 합의안은 마케도니아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전날 전화 통화를 하고,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고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 합의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이번 주말로 예정된 양국 외무장관의 서명 이후 양국 의회에서 각각 비준을 거쳐야 한다.
마케도니아의 경우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의 최종 서명 이후 국민투표까지 실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면 합의안은 다시 의회로 되돌아가 2차 투표를 거치게 된다. 2차 투표까지 통과되면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해야 한다.
이바노프 대통령이 일단 서명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의안 이행까지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이날 자에브 총리 등으로부터 합의안에 대해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도 불만을 토로하며 면담 시작 직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자에브 총리의 정적으로 국호 변경 반대의 선봉에 선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측근이다.
작년에 자에브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된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은 그리스와의 합의안은 "마케도니아 외교의 철저한 패배"라고 주장하며, 의회 비준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그리스에서도 마케도니아 새 이름을 인정하는 절차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제1야당 신민주당은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변경 합의안 도출과 관련,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신민주당은 이번 합의안이 '국가적인 후퇴'라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 보수파는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어떤 이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국 모두에서 반발 기류가 비등한 가운데,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에서는 수 일 내로 이번 합의안을 겨냥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둘러싸고 외교 분쟁을 지속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그리스인들의 자부심의 원천인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하고, 그리스의 역사를 도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이후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8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턱에서 좌절했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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