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이지스 구축함 실전 배치…'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건조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폐막 이후에도 칭다오(靑島) 일대에 머물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해양강국' 건설을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특히 조선 지배를 둘러싸고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했던 청일전쟁 유적지를 돌아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칭다오 SCO 정상회의가 폐막한 뒤 11∼12일 산둥(山東)성 일대의 옛 북양함대 유적지와 해양산업 단지를 시찰하며 "해양강국 건설은 내가 줄곧 품고 있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먼저 칭다오의 해양과학기술 시범 국가실험실을 찾아 중국이 독자 연구개발 중인 첨단 해양 장비를 둘러보며 해양산업의 군민융합(軍民融合·군산복합체) 추진 상황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해양경제 발전과 해양과학 연구는 '강국(强國) 전략'의 매우 중요한 일부분으로 반드시 잘 챙겨야 한다"며 "관건 기술의 독자 개발이 이뤄지면 해양경제의 발전은 무궁무진해진다"고 말했다.
칭다오는 지난 4월 시 주석이 하이난(海南)성 앞바다에서 해상 열병식을 열었던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의 모항이다.
시 주석은 12일 기차로 웨이하이(威海)로 이동한 다음 다시 배를 타고 청나라 말기 북양함대의 주둔지와 포대 유적지, 일본군과 영국군에 수년간 점령됐던 류궁(劉公)도, 갑오전쟁(1894년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진 청일전쟁을 가르키는 중국식 표현) 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시 주석은 "그동안 이곳에 한번 와서 느끼고 배우고 싶었다. 항상 경종을 울리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13억 중국인은 분발해 강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동양 최강의 함대로 불리던 북양함대는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사실상의 첫 실전이었던 황해 해전에서 일본의 연합함대에 패하며 궤멸당했다. 나머지 함선들이 본거지인 류궁도로 피신했으나 일본군의 포위전으로 대다수 함선이 침몰하거나 나포됐다.
중국이 청일전쟁 패배로 동아시아 해양패권을 넘겨주게 된 것이 중국이 오랜기간 수난하게 된 계기였다는 게 시 주석의 인식이다.
시 주석의 해양강국 주창에 맞춰 중국 해군은 최신예 052D형 방공 미사일 구축함 구이양(貴陽)함을 북양함대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해함대에 정식으로 실전 배치했다.
2014년 취역된 052D 구축함은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과 유사한 만재 배수량 7천200t급의 다목적 이지스형 구축함으로 4면 AESA 레이더와 64기의 VLS 유도탄 발사시스템을 갖추고 방공, 대함, 대잠수함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시운항을 마친 자국산 항모와 함께 중국의 첨단 해군력을 상징하는 052D형 구축함은 이로써 올해에만 3척이 실전 배치됐다.
진융밍(金永明) 중국 해양발전연구센터 해양전략연구실 주임은 "중국은 세계 정세의 급변 상황에서 해양질서 재편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의 해결을 포함한 해양강국 건설을 가속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세계 최대 크기라고 주장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우주'(宇宙)호 건조도 마무리했다.
이 선박은 중국 국유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이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 발주한 6척의 2만1천TEU급 컨테이너선 가운데 첫번째 선박이다.
길이 400m, 폭 58.6m에 최대 적재중량 19만8천t으로 최대 2만1천237개의 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싣고 앞으로 유럽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배수량 크기로만 랴오닝함의 3배 크기에 달한다.
중국은 우주호 건조가 첨단 선박 건조 분야에서 또다른 난관을 돌파하고 해상 운송 능력을 제고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동안 세계 첨단 컨테이너선의 건조는 한국이 도맡았다.
중국 매체들은 우주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세계 해운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정도 크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와 건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의 산둥성 체류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칭다오를 경유해 시 주석과 만날 가능성과 관련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일각의 관측과 달리 중국에서 빌린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서 곧바로 평양으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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