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 보름 만에 8천여 명 기사 충원 어떻게

입력 2018-06-15 05:51  

'급한 불 껐지만…' 보름 만에 8천여 명 기사 충원 어떻게
버스업체, 주당 68시간 탄력근로제 도입해도 기사 수급난
내달 근로시간 단축 시행 버스업체 당분간 혼선 불가피



(의정부·춘천=연합뉴스) 우영식 박영서 기자 = 다음 달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버스 대란을 막기 위해 노사정이 주당 68시간 근로가 가능한 탄력근로제 도입에 합의했으나 업체들이 이 조건에 맞추기 위한 운전기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경기도와 강원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300인 이상 고용 버스업체들은 내년 6월 30일까지 '1일 2교대' 근무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격일제' 근무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탄력근로제는 주당 기본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버스운송업이 연장근로가 무제한 가능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주당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 초과할 수 없게 됐다.


◇ 탄력근로제 도입해도 8천∼9천 명 추가 고용 필요 = 현재와 같이 쉬는 날 연장근로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탄력근로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8천∼9천 명의 운전기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시내·시외·마을버스 등 219개 버스업체가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시행하려면 현재 2만3천여 명인 운전기사를 3만6천여 명으로 1만2천800여 명 늘려야 한다.
다행히 탄력근로제 도입에 합의가 이뤄지며 부족한 운전기사는 5천∼6천 명으로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필요한 인원이 2만4천여 명에서 8천∼9천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 인원을 보름 만에 추가 채용하기는 어렵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 138개 업체는 지난달부터 운전기사 3천132명에 대한 통합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집한 인원은 10분의 1도 안 되는 251명뿐이다.
강원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일 2교대를 하려면 1천200명이 더 필요하고 당장 주당 68시간을 맞추는 데도 500여 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원지역 운수업체의 한 관계자는 "돈이 있더라도 사람이 없다. 업체도, 지자체도,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어렵게 68시간을 맞추더라도 1년 뒤가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함 관계자도 "사람이 없어 탄력근로제도 맞추기 어렵다"며 "시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운전기사 수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마땅한 방안이 없어 죽을 맛"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전, 제주 등 지자체의 버스업체는 1일 2교대를 이미 시행하고 있어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시행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탄력근로제는 노사정이 큰 틀에서 합의한 사안으로 이를 각 사업장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적용할 수 없다.
연장근로를 할 수 없게 돼 실질적 임금 삭감 효과가 있어 노조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지 못한다. 노선 축소나 감차, 배차간격 늘리기 등으로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 마을버스 등 영세업체는 기사 이직 등 '이중고' = 시내버스 업체 등 비교적 큰 사업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당 근로시간 감축은 기사들의 이직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간에도 경기지역 시내버스 기사는 서울이나 인천으로, 마을버스나 시외버스 기사는 시내버스 업체로 이직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임금수준 등 처우가 좋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시내버스 기사의 한 달 급여는 310여만원 선으로, 390여만원의 서울이나 320여만원의 인천보다 낮다.
또 마을버스는 230여만원, 시외버스는 300여만원으로 시내버스보다 급여가 적다.
이 때문에 경력 등 자격을 갖춘 마을버스, 시외버스 기사들이 시내버스 업체로 대거 이직하면서 영세한 마을버스와 시외버스 업체는 기존에 있던 기사들마저 떠나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예산을 투입해 버스 기사 양성에 나서고 있으나 당장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지역에서 1만 명의 버스 기사를 충원할 때 증가하는 인건비만 3천5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버스업체가 이를 부담하면서 기사를 충원하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결국 지자체나 정부가 이를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정부의 스텐스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국비 지원은 없다는 것인데 경기도의 경우 매년 버스업체에 3천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추가 예산을 지원하게 되면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wy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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