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합훈련 중단 결정, 韓日 핵무장 고려로 이어질 수도"

입력 2018-06-14 17:37  

"트럼프 연합훈련 중단 결정, 韓日 핵무장 고려로 이어질 수도"
미국서 '아시아 동맹 무시·역내 역할 약화' 우려 대두
동맹국과 사전 협의 여부도 논란…"미 군당국 사전인지 여부도 불분명"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양보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미국 내 일각에서는 이런 결정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독자 핵무장 고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아시아 동맹들에 새 걱정을 안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지역을 수호할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그들(아시아 동맹국)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며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갑작스러운 선언이 나온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의 허를 찌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언급 이후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해보자면서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다. 반면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 부(副)대신이 "솔직히 놀랐다. 일본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NYT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리더로서 일본과 한국에 안전보장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사전 통보도 없이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특히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지역에서 서서히 철수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일정한 무력을 보유하고, 중국도 군비 증강을 해 나간다면 한국이나 일본이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이 내키기만 하면 우리 동맹국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을 적대국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 대사는 "일본의 정책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만약 이것이 바뀐다면 우리는 달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무역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역내 리더 역할이 점진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발표를 놓고 미국이 사전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협의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는지, 특히 미 군 당국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조언을 들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정부가 중요한 정보를 동맹국이 아닌 북한과 먼저 공유했다고 여길 수 있다는 우려가 미 국방부 관리들 사이에 일고 있다"고도 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미군 관계자들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엇는지 불분명하다면서 전문가들은 미군당국이 대통령의 발표에 '무방비로 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14일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공동성명 내용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표 등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동맹 홀대' 논란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 군사훈련 중단 결정으로 역내 경쟁국인 중국이 최대 이익을 누리게 됐다는 비판론도 대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의 의외의 승자는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예상치 않게 미국이 정례적인 '워 게임'을 중단시키겠다는 언급으로 중국의 지도자들은 힘을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우리 특사단의 방북 때까지만 해도 연례적인 한미 훈련을 용인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열고 나서 북한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도발적 군사 소동'으로 규정하며 대화판을 흔들어 '쌍중단'을 주장해온 중국의 입김이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마이클 푹스는 "이는 정확하게 그들(중국)이 원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우리 동맹국인 일본, 한국에 의혹을 심기를 바라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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