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앞으로 계속적인 회담까지 합의함으로써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하며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갖춰지게 됐다"며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이 신속히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를 믿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모두발언 전문
『감회가 깊습니다만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마침내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진 냉전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북핵 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디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북한의 고강도 핵 실험과 15차례의 미사일 발사, 그에 따른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악순환, 북미 간의 거친 설전, 군사적 방법의 선택 가능성과 전쟁 위기설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열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시작으로 휴전선과 태평양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끌어냈고,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북미 두 정상의 만남과 공동성명 합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향한 두 정상의 과감하고 전략적인 결단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사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려운 선택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용기와 결단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정권 출범 이후 70년간 오로지 적대 관계에 있던 북미 양국 정상이 최초로 만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약속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통해 양국 간 지속해 왔던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 관계를 열어나가는 것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길임을 함께 인식하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로써 남북이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했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목표에 대해 남북미 모두 확실한 공감대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또한,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앞으로 계속적인 회담까지 합의함으로써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하며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갖추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만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을 전쟁의 위협과 핵·미사일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한 것보다 더 중요한 외교적 성과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확실한 방향은 설정되었으나 그 구체적 이행 방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북미 정상의 결단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끊임없이 견인하고 독려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 가면서 합의의 이행을 속도 있게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는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핵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됩니다. 우리가 나서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가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흔들림 없이 꾸준히 전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이 신속히 이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 또한 범정부 차원에서 핵심 사안들에 대한 조율과 합의가 원만히 진전되도록 협력해 가야 할 것입니다. 외교·안보 부처들은 철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분명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가기 바랍니다.
이와 동시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흔들림 없는 한미 공조와 연합방위태세도 유지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1953년 이래 정전체제의 틀을 벗어나 남북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한반도, 나아가서는 동북아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희망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한국이 육지 속의 섬에서 벗어나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면서 평화와 번영의 대전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생각할 때입니다.
올해 초 남북 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한반도 역사 전환의 기회가 기적처럼 찾아왔습니다. 이제 그 기적을 공고한 현실로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평화와 협력, 공존과 번영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를 믿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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