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경 "'슈츠', 원작에 짓눌리지 않은 특별한 작품"

입력 2018-06-15 06:00   수정 2018-06-15 06:07

진희경 "'슈츠', 원작에 짓눌리지 않은 특별한 작품"

"배우 20년…비중 관계없이 올곧게 선 캐릭터 선호하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촬영 현장이 우리 드라마처럼 정말 '쿨' 했어요. 이런 팀을 만나기 쉽지 않죠. 그래서 우리끼리는 다음 시즌이 나오길 희망하고 있어요. (웃음)"
KBS 2TV 수목극 '슈츠'에서 법무법인 강앤함의 대표변호사 강하연으로 극을 탄탄하게 받쳤던 배우 진희경(50)을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만났다.
'슈츠'는 법정극이지만 법정 내 싸움보다도 로펌 내부의 치열한 권력 대립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강하연은 그 중심에 서서 함대표(김영호 분)와 한 치의 밀림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일반적으로 국내 작품에서 여성 리더라고 하면 날카롭고 차가운 카리스마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강하연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회사와 동료를 잘 아우르고 지켜낼 수 있는 인물로 그려보자고 다짐했죠. 주인공의 시각에서 보면 갈등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그럴 때조차 자신의 사리사욕보다는 회사 전체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었으니까요. 이유와 명분이 서 있는 캐릭터였죠. 아주 재밌었습니다."
그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시작했다면 국내 최고 로펌의 대표가 여자라는 콘셉트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고, 그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제가 할 수 있었단 게 감사했다. 그리고 시청자들 눈에 그게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오래전부터 원작을 알고 있었고, 팬이었다는 그는 "국내 다른 법정 드라마들과 달리 에피소드보다 변호사라는 캐릭터가 중심이 된 드라마였고, 그 톤을 제작진이 끝까지 잘 힘 있게 유지해줘서 특별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원작에 짓눌리기 쉬운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제작진뿐만 아니라 장동건, 박형식 두 남자주인공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장동건, 박형식이란 배우들, 그리고 사람들의 매력에 빠졌어요. 정말 머리가 터질 정도로 대사도 많고 장면도 많았는데 이렇게 소화한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또 배려심도 깊고, 기본자세가 정말 좋아요. 제가 두 사람을 받쳐준 것도 있지만, 두 사람 또한 절 잘 받쳐줬습니다."
진희경은 모델 출신 배우 1세대 격이다. 모델로서 화려한 활동 기록을 남긴 그는 1994년 영화로 데뷔, 1996년 '은행나무 침대'에서 미단 역으로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가문의 영광'(2002), '연리지'(2006), '써니'(2011) 등과 드라마 '슬픈 연가'(2005), '주몽'(2006), '포세이돈'(2011), '엄마'(2015), '쌈 마이웨이'(2017) 등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연기 폭이 넓어 코믹 캐릭터부터 악녀까지 다채로운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스타일'로도 꼽힌다.
진희경은 이러한 평에 대해 "비주얼은 키 크고 화려하고 그렇지만 내면에 있는 제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다"며 "합리적인 걸 좋아하고 융통성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또 평범하고 소박하다. 있지도 않은 감성을 특별하게 키우려는 욕심도 없다. 그렇게 '중간'에 있으니까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몸도 정신도 매우 건강하다"며 "날밤을 새워도 전혀 힘든 게 없고 얼굴도 붓지 않는다"고 미모 유지의 비결을 밝혔다.
그는 또 "1년에 한두 작품씩 꼭 하는데 찾아주셔서 다행이다. 다만 다작은 하지 않는다. 비중과 상관없이 캐릭터가 올곧게 서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의상을 직접 다 챙길 정도로 그야말로 강하연으로 살았다.
진희경은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앞으로도 '인위적으로 무리하지 않고'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석양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자 모델로서 배우가 된 게 제가 처음일 거예요. 시행착오도 많았죠. 그런데 벌써 연기한 지 20년이 됐네요. 나이가 들지만, 서운하거나 아쉬운 건 없어요. 젊은 친구들에게는 그들만의 시간과 속도가 있고, 제게는 저만의 걸음과 가치관이 있잖아요. 역행하지 않고 부드럽게 남은 길을 가고 싶습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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