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3일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에 맞춰 이란 테헤란 시내 한복판에 등장한 대형 포스터가 여성을 차별한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테헤란 중심 발리아스르 광장에 최근 세워진 이 포스터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우리는 챔피언, 하나의 심장이 뛴다'라는 제목의 이 포스터에는 축구팬 15명이 이란 국기를 배경으로 월드컵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데 여성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등장인물 15명은 이란에 사는 여러 민족을 대부분 담았지만, 정작 여성은 뺀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포스터가 알려지자 여성을 차별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이란 개혁 성향 신문 가눈은 14일자 1면에 이 사진을 크게 싣고 '여성이 없다면 우리는 패배한다'라고 제목을 달아 지적했다.
이 포스터는 테헤란 시청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선 남녀를 가리지 않고 축구가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이지만, 여성이 남성 선수가 나오는 축구 경기장이 입장하지 못한다.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남성 관중의 험한 욕설과 성희롱을 당할 수 있다는 게 보편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이란에서도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 부통령인 마수메 엡테카르는 13일 "정부는 여성이 스포츠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기반 여건을 준비하겠다"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주시하고 있고, 좋은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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