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무드 속 北에 손 내민 아베…정권 무너지는 '자충수' 될수도

입력 2018-06-15 10:13  

해빙무드 속 北에 손 내민 아베…정권 무너지는 '자충수' 될수도
"납치피해자 전원 즉시 귀국" 되풀이해 국민 기대만 높여
여권서도 "'만나서 반갑다' 수준 회담이면 정권 무너진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성사된다고 해도 결과에 따라서는 오히려 정권 존립까지 위협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현지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북한과 정상회담에 나서자 아베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담판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나섰다.
그동안은 북한과 대화에 나선 한국이나 미국의 측면 지원을 끌어내는데 치중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북한과 일본의 정상이 직접 만나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도 불구하고 북일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추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난관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다. 아베 정권은 납치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걸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2명이 북한에 납치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납치 피해자 전원의 즉시 귀국이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일본이 주장하는 12명 가운데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다.
일단 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양측이 이런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상대편에 일정한 '명분'을 주어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일간 합의했던 "북한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재조사하고 일본은 대북제재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물론 해당 합의는 북한이 재조사에 나서지 않으면서 휴지가 됐지만, 일본의 제재완화 및 경제지원이라는 카드와 납치문제 재조사라는 카드를 교환하는 방식도 정상회담의 명분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그동안 강조해 온 "납치피해자 전원 즉시 귀국"이라는 말이 오히려 아베 총리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만나 납치 문제에 대해 담판을 한다고 해도 '전원 즉시 귀국'이란 답을 끌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일정한 기간 동안 납치 피해자 생사여부 등에 대한 재조사 및 납치 피해자 파악시 즉시 귀국 등 후속조치에 합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내 여론이 호의적일지는 미지수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전 중의원 의장은 지난 14일 한 모임에서 "납치와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으면 일본이 대북 경제협력의 일익을 담당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총리 주변에서도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것 같으면 회담을 하는 게 의미가 없다", "'만나서 반가웠다'라는 말만 하고 돌아온다면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정상회담의 성사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오는 9월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전에 열리면 그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례상 일본에서는 1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당장 차기 총재 후보군이 아베 총리의 대북 대화 노선 전환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납치 등 인권이 유린되는 국가의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은 무슨 소리냐"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안전 보장'을 약속한 것을 "지지한다"고 말한 아베 총리는 겨냥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도 파벌 모임에서 "제대로 된 외교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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