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구 성과…사이언스지 발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으로 인근 별을 끌어당겨 삼키면서 물질을 분출하는 제트(jet) 현상이 처음으로 직접 관측했다고 과학자들이 학계에 보고했다.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 투르쿠대학 세포 마틸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 천문 연구팀은 지구에서 1억5천만광년 떨어진 큰곰자리 성좌의 'Arp 299'로 알려진 서로 충돌하는 두 은하 중 하나에서 이를 관측했다고 15일 발간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2천만 배에 달하며, 태양 2배 질량의 별을 빨아들여 산산조각내면서 일련의 과정들이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별에서 흡수된 물질이 블랙홀 주변을 도는 원반을 구성하면서 강력한 X선과 가시광선을 내뿜고, 이 원반의 양극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물질을 방출하는 제트 현상을 촉발하는 것으로 시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스페인 안달루시아천문연구소의 미구엘 페레스-토레스는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과정에서) 제트 현상의 생성과 전개를 직접 관측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5년 1월30일 카나리 제도의 윌리엄 허셜 망원경을 통해 'Arp 299' 중 하나의 은하 중심에서 폭발하는 듯한 적외선 방사가 관측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의 초장기선 전파망원경배열(VLBA)을 통해 같은 장소에서 분명한 전파방출원을 확인했다.
마틸라 박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적외선과 전파에서는 새로운 물체가 밝게 유지됐지만 가시광선과 X선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는 은하 중심부의 가스와 먼지가 가시광선과 X선을 흡수한 뒤 적외선으로 재방사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게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VLBA와 유럽 VLBI 네트워크(EVN), 기타 전파망원경 등을 이용한 관측을 이후 10년 가까이 지속해 전파방출원이 한쪽으로 확대되는 것이 제트 현상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트 현상으로 물질이 방출되는 속도는 빛의 4분의1로 측정됐다.
초기의 적외선 방사는 서로 충돌하는 은하계에서 초신성(supernova)을 찾는 과정에서 관측됐다.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은 폭발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한 뒤 서서히 소멸한다. Arp 299는 많은 별이 폭발해 "슈퍼노바 공장"이라는 별칭까지 붙어있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폭발적 적외선 방사를 초신성으로 보다가 전파방출원이 확대되자 제트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