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회 학술대회…"노동력 증가율 전망 밝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빚어진 잠재 성장률, 생산성 하락은 노동력 증가율이 둔화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윌리엄 와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박사는 15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제19차 국제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잠재 성장률은 2009년께부터 분명히 급격히 둔화했다"며 "주요 이유는 노동력 증가율 둔화"라고 밝혔다.
1990년대 67%에 달하던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점차 떨어지다가 2008∼2009년 이후 급감, 올해에는 6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배경에는 인구 문제, 핵심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률 하락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로 은퇴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내 16세 이상 인구 중 은퇴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인구 비중 역시 2010년 이후 급등해 현재 18%를 넘어섰다.
핵심생산가능인구 중에선 남성, 특히 고졸 이하 학력을 지닌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셔 박사는 "무역, 기술 발달 때문에 노동 수요는 2000년 이후 절반 정도로 축소됐다"며 "이는 최근 제조업 실업률 증가에서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노동 공급 쪽을 보면 장애, 마약 복용, 범죄 때문에 남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5∼54세 인구 중 장애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진 사람들의 비율이 1994년 이래 계속해서 상승, 2018년 5%를 상회하고 있다.
다른 국가보다 미국에서 마약 복용자가 많다는 점, 성인 범죄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노동력 증가율이 둔화하는 배경이라고 와셔 박사는 지적했다.
와셔 박사는 노동력 증가율 둔화 외에도 기술 발달 역시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총요소생산성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새 산업의 핵심인 범용기술(GPT)의 총요소생산성 제고 효과는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GPT는 산업혁명을 촉발한 핵심 기술로, 20세기 초 자동차,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이 해당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이 새로운 GPT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와셔 박사는 "이전 GPT와 비교하면 정보기술(IT)이 빚는 생산성 제고 효과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력 증가율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와셔 박사는 "고령화는 계속되고 있고 핵심생산가능인구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감소세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노동력 증가율의 절반을 담당한 이민자들에 대한 이민 정책은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건강 개선 때문에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생산성 하락이 반드시 영원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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