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600여 명의 난민이 탄 난민구조선의 자국 입항을 거부하며 유럽에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들을 바다에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탈리아 새 정부의 강경 난민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15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이탈리아 노동단체 회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난민들을 바다의 처분에 맡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성경은 빵과 정의를 위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을 바다에 내버려두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탈리아와 몰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 600여 명을 태운 국제 구호단체의 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지난 10일 이후 잇따라 난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교황은 14일에도 난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난민을 우리의 안온을 위협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더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경험과 가치를 지닌 타인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강조한 바 있다.
교황은 2013년 집권 이후 서방에 전쟁과 기아를 피해 고국을 등진 난민을 포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한편,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거부한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는 지난 2일 출범한 스페인 중도좌파 정부의 입항 허가를 받아 발렌시아 항을 향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서부의 섬 사르데냐 인근을 지나고 있는 이 배는 오는 17일 발렌시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해군과 해안경비대 선박 2척이 호위하고 있는 이 배는 지척이면 닿을 몰타와 이탈리아 대신 최소 사흘이 걸리는 스페인으로 항로를 바꾼 탓에 배에 타고 있는 난민 629명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함께 이 선박을 공동 운영하는 프랑스의 비정부기구(NGO) SOS 메디테라네는 14일에는 악천후로 높은 파도까지 일어 항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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