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포르투갈이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 '원맨쇼'에 힘입어 스페인과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포르투갈(세계 4위)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호날두의 3골 활약을 앞세워 스페인(10위)과 3-3으로 비겼다.
경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승자는 호날두였다. 직전 대회까지 3번의 월드컵에서 13경기에 나서 3골에 그쳤던 호날두는 이날 한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고 포르투갈에 귀중한 승점을 안겼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승점 1을 나눠 가지며 조별리그 B조 공동 2위에 자리했다. 1위는 모로코에 1-0으로 승리한 이란이 차지했다.
스페인은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율렌 로페테기 감독을 전격 경질한 뒤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에로 감독에게는 이날이 감독 데뷔전이었다. 데뷔전에서 첫승을 따내며 초유의 '선장' 교체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호날두가 가로막았다.
포르투갈은 이날 무승부로 스페인과 역대 전적이 6승 14무 16패가 됐다.
두 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승부였다. B조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란, 모로코를 무난히 제치고 16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두 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첫 경기에서 패할 경우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물러설 수 없는 이 한판 대결에서 두 팀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답게 명승부를 펼쳤다.
포르투갈은 전반 4분 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얻어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선 호날두는 상대 진영에서 특유의 헛다리 짚기로 스페인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의 반칙을 유도했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다비드 데헤아가 버틴 스페인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호날두는 우베 젤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펠레(브라질)에 이어 월드컵 4개 대회 연속골을 터트린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반격에 나선 스페인은 전반 24분 지에구 코스타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코스타는 페페와 공중볼 다툼에서 승리한 뒤 수비수 2명을 농락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스페인은 전반 42분 이스코가 왼쪽 측면에서 때린 대포알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골라인 바로 위에 떨어진 장면이 아쉬웠다.
스페인이 달아날 기회에서 달아나지 못하자 포르투갈이 날카로운 역습으로 리드를 되찾아왔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전반 44분 곤살로 게데스의 패스를 받아 문전 중앙에서 낮고 빠르게 왼발 슈팅을 날렸다.
데헤아 골키퍼가 명성에 걸맞지 않고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날두를 막지 못해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친 스페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거세게 포르투갈을 몰아쳤다.
코스타가 다시 한 번 동점골을 터트렸다.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넘겨준 헤딩 패스를 문전의 코스타가 쇄도하던 탄력 그대로 밀어 넣었다.
곧바로 역전골이 터졌다. 전반 호날두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페르난데스가 후반 13분 흘러나온 공을 지체 없이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해 환상적인 골을 터트렸다.
포르투갈은 이후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막판,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후반 43분에 절묘한 프리킥으로 스페인 골망을 흔들고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결국 경기는 3-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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