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집단학살 및 인종청소 논란을 일으킨 미얀마군을 지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일본 기린 맥주가 자신들이 기부금 사용처를 뒤늦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기린 홀딩스는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에게 전달한 기부금이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자행한 미얀마군에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과 관련 "더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부행위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린이 지난해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한창일 당시 인종청소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얀마군에 기부금을 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린 홀딩스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미얀마 내 자회사인 미얀마 양조(Myanmar Brewery)를 통해 3차례에 걸쳐 총 3만 달러(약 3천260만 원)를 지원했다.
첫 기부금은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에게 직접 전달됐다. 당시 기부금 전달식은 현지 TV에도 방영됐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로힝야족 사태가 '벵갈리'(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이민자라는 의미로 낮춰 부르는 명칭) 극단주의자들이 근거지를 구축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며 미얀마군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당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기린 측은 당시 전달된 6천 달러가 폭력사태 피해자를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기부금 중 일부가 라카인주에서 작전 중인 보안요원과 주 정부 공무원들에게 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AI의 사업·인권 분야 책임자인 시마 조시는 "미얀마군이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와중에 어떻게 국제적인 기업이 미얀마군에 기부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인권 탄압에 기여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번에 드러난 논란의 선물을 시급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린 맥주는 지난 2015년 미얀마 군부 측 기업인 UMEHL에게서 현지 최대 맥주 회사인 '미얀마 양조'의 지분 55%를 5억6천만 달러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한편,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로힝야족 반군과 미얀마군 간에 최악의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위해 싸우겠다면서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해 8월 25일 미얀마 경찰 초소와 군 기지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은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병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전쟁의 화마를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양민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을 일삼으며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제재와 국제재판소 기소 등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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