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허리케인 피해 60명에게 전달…"바느질 속도 더 냈으면"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내 재능과 수고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안길 수 있다면…"
미국 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에 사는 마사 헤프트(99) 할머니가 오늘도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리는 이유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로 큰 피해를 본 중미 섬나라 푸에르토리코 아과디야의 한 고아원 여자 어린이 60여 명이 최근 예쁜 원피스를 선물로 받았다.
헤프트 할머니가 동네 교회 퀼트 동호회원들과 함께, 기부받은 색색의 천을 재단해서 레이스와 리본을 매단,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고 아직 아무도 입지 않은 새 원피스다.
각 원피스에는 스페인어로 "우리의 사랑을 느낀다면, 웃어요"라고 쓰인 쪽지가 붙어 있었다.
다섯 살 때부터 바느질을 배웠다는 헤프트 할머니는 동호회원들과 함께 퀼트 이불을 만들어 보육시설에 기부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2010년 아이티 지진 발생 때는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위해 이불과 원피스 등을 만들어 보냈고, 지난해 허리케인 마리아가 덮친 푸에르토리코 어린이들을 위해 다시 원피스를 만들기로 했다.
정성이 흠뻑 담긴 선물의 전달은 할머니의 손녀딸 타라 로먼과 플로리다 주 팜비치 카운티 보안관인 손주사위 샘 로먼이 맡았다.
원피스를 받은 레그라소 데 파즈 고아원의 막달레나 히메네즈 원장은 "얼굴도 모르는 99세 할머니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직접 만들어 보내준 원피스를 통해 사랑과 보살핌의 손길을 느낀다. 큰 축복"이라며 "많은 이가 이 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른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헤프트 할머니는 "생명이 있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누군가를 위한 바느질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또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재봉질 속도를 조금 더 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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