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삼킨 채용비리 법정으로…김정태·윤종규 회장은 불기소

입력 2018-06-17 09:31   수정 2018-06-17 17:01

금융권 삼킨 채용비리 법정으로…김정태·윤종규 회장은 불기소

전·현직 행장 4명 기소…금융당국 "1심 결과 보겠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8개월간 금융권을 흔들었던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태가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이제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전·현직들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은행권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금융당국은 1심 판결을 지켜본 후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 "이변은 없었다지만"…숨죽인 은행권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검찰 기소 내용에 놀랄만한 내용은 없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양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등 거물급이 줄줄이 기소되기는 했지만,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기에 기소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나금융과 KB금융[105560]은 가장 우려했던 회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은행권은 채용비리 사건이 본격적으로 법원에 넘어가면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못한 채 숨죽이고 있다.
이번 검찰 발표가 중간 수사결과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추후 채용비리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죄 판결이 나면 문제가 된 직원들은 직을 유지할 수 없다"며 "직원들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장 사퇴부터 남녀차별 논란까지' 일파만파 번졌던 채용비리 사태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10월부터 장장 8개월간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시발점은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광구 행장은 곧장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뒤이어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을 검사하면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하나금융 사장 시절 채용 청탁 논란이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1년도 안 돼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금감원 특별검사단이 채용비리 재검사에 나섰다.
청년실업률과 양성평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은행권 채용비리의 폭발력은 상당히 컸다. 구직자들은 출신 대학이나 집안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는 불공정한 방식에 분노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남녀 지원자 합격선을 달리 둔 것이 확인되면서 여성단체의 비난도 거세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4일 은행연합회에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 현직 행장 기소에 경영차질 우려…당국 "1심따라 징계 결정"
남은 문제는 현직 임원이 줄줄이 기소된 상태에서 은행이 제 궤도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주요 은행 중 이례적으로 현직 행장이 기소된 상태라 경영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KB금융은 HR총괄 상무가, 부산은행은 경영지원본부장이 구속 기소된 상태다.
기소되더라도 현직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유죄 판결 시 곧바로 공석이 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문제로 남는다.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성세환 전 회장도 지난해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뒤늦게 사퇴하면서 안팎의 비난을 산 바 있다.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결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 임직원이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해임, 면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징계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 사안의 경우 1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사안도 같은 기준으로 처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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