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판사 "개떡 같은 초보 대본, 배우들이 찰떡같이 살렸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현직 판사가 집필한 법정극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견인 중인 JTBC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작품의 뒷이야기를 밝혔다.
문 판사는 18일 '미스 함무라비'의 홍보사 피알제이를 통해 "방송 전에 여러 데이터를 토대로 1회 시청률을 예측해본 적이 있는데 1.8%였다"며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두 배였다.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그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호평에 대해 "개떡 같은 초보 대본을 찰떡같이 살려 준 배우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문 판사는 부장판사 한세상 역의 성동일, 임바른 역의 김명수, 박차오름 역의 고아라에 대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성동일 씨는 원작을 집필할 때부터 한세상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떠올랐습니다. 고아라 씨 역시 대책 없을 정도의 밝은 에너지에 할 말은 거침없이 하는 솔직함을 겸비한, 살아있는 박차오름입니다. 대본 집필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고통과 분노가 많은 이들에게 생생했을 때지만, 시간이 흘렀고 작중인물의 감정선은 드라마 자체 내에서 설득돼야 하기에 고아라 씨가 가진 밝고 때론 능청맞은 매력을 박차오름 캐릭터에 덧칠했죠. 김명수 씨는 원작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해서 의례적인 인사말이겠거니 했는데, 암울하고 현실적인 장면을 꼽아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만화책만 봐요. 제가 읽을 수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라고 덧붙이는 솔직함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문 판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3회 엔딩을 꼽았다. 법정에서 성희롱 사건을 응징한 후 뿌듯해하던 여성 법원 경위가 밤거리에서 위험에 직면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하지만 현실은…'이라는 느낌으로 쓴 부문인데, 드라마 엔딩이 되기 어려운 장면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며 "그러나 PD가 취지에 공감해 뚝심 있게 밀어붙여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문 판사는 주변 사람들이 당한 일에 과하게 몰입하는 박차오름이나, 법정에서 사건이 해결될 때 눈물로 서로 화해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박차오름이 그런 면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한세상은 감정적이지 않은가요? 눈물을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법정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에 대해 감정적이라거나 불편하다는 지적은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왜 우리는 어떤 감정에는 관대하고 어떤 감정에는 불편해할까요? 또, 법정에서 조정할 때는 당사자들이 간증하듯 자기 속 얘기를 끝도 없이 털어놓다가 서로 눈물 흘리며 악수하고 가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더 한 경우도 많아요."
그는 현직 판사로서 드라마 대본 집필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워낙 어린 시절부터 만화, 소설, 영화 등을 좋아했고 끊임없이 황당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걸어 다닐 만큼 이야기 중독자이다. 이야기를 좋아해 무모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초보 대본이라 미숙한 점들에도 이 대본이 하려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것 같다"며 "후반부에는 주인공들의 속사정이 더 깊게 드러나고 전관예우, 재벌에 관대한 양형 등 법원 입장에서는 뼈아픈 문제들도 정면으로 다루게 된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월·화요일 늦은 시간대 방송에도 시청률 5% 전후(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오가며 선전 중인 '미스 함무라비'는 이날 밤 11시에 8회를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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