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軍 시설 주변 피해 용역 최종보고…"용화동 피해 가장 커"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철원군 포 사격장 주변이 소음이 제트기 엔진 소리 수준인 120㏈까지 발생하고 미국 환경청이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화약성분이 검출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원군은 18일 군청 상황실에서 '군(軍) 관련 시설 주변 지역 피해조사 합동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조사는 2016년 12월부터 이달 20일까지 18개월간 용화동, 문혜리, 마현리 등 9개 훈련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갈말읍 내 용화동 피탄지가 가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간 소음이 최고 103.4㏈에 달하고 유탄·도비탄 낙하 위험이 있으며 산불, 환경오염 등 광범위한 피해가 조사됐다.
가장 높은 소음이 조사된 지역은 담터사격장으로, 최고소음도가 128㏈에 달했다.
7개 지역에서는 미국 환경청이 C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화약성분인 TNT와 RDX가 검출됐다.
이들 물질은 빗물을 통해 지하수로 흘러들어 갈 위험성이 있는 데다 토사 유실 등으로 인근 지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포 사격장 주변에서는 청력저하, 이명, 고혈압 등 주민건강 피해와 사격장 5㎞ 이내 총 지가손실액이 2천억원 수준의 경제적 피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를 담당한 조영무 경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사격장 주위로 100㏈이 넘는 소음이 꾸준히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는 소음기준치를 16시간 동안의 등가 소음도로 계산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피해를 제대로 호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용화동 피탄지 주위는 피해가 가장 커 이주대책이 시급하다"며 "민관군이 합동협의체를 구성해 앞으로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0년간 포성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이날 발표를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군청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서금석 주민피해대책위원장은 "조사된 피해에 대해 주민들이 정부에 대응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며 "철원군이 앞장서서 행정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주민들은 "곳곳에 흩어진 사격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며 "보상은 차후에 논의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현종 철원군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피해원인, 보상절차 등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 자세히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주민 피해를 담당할 부서를 신속히 구성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합동용역은 철원지역 군 관련 시설 인근 주민 피해에 대한 첫 조사로,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방부와 중앙정부에 주민지원 방안과 법·제도 개선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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