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20분 그란크비스트에 PK 결승골 헌납
김민우 파울로 비디오 판독 거쳐 페널티킥 허용…24일 멕시코와 2차전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태극전사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첫판에서 바이킹 후예들의 벽에 막혔다.
한국 축구가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을 향해 기분 좋게 출발하려던 꿈은 장신군단 스웨덴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북유럽의 복병 스웨덴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 20분 안드레아스 그라크비스트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반드시 꺾어야 했던 스웨덴에 패하면서 16강 진출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반 20분 김민우(상주)가 위험지역에서 빅토르 클라손의 드리블을 태클로 저지한 게 화근이었다.
주심은 얀네 안데르손 감독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을 거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스웨덴의 주장 안데레아스 그란크비스트는 골키퍼 조현우(대구)를 속이고 오른쪽 골망을 꿰뚫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으로 결승골을 내주는 분루를 삼켰다.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데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 2-0 승리부터 2004년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 1-1 무승부까지 4회 연속 이어왔던 월드컵 1차전 무패(3승 1무) 행진도 중단됐다.
아울러 한국은 스웨덴과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 부진을 이어갔다.
반면 스웨덴은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2년 만에 본선을 밟은 데 이어 1차전 승리로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
F조에서는 스웨덴과 전날 독일전에서 1-0으로 이긴 멕시코가 공동 선두로 나섰고, 한국은 독일과 공동 3위가 됐다.
스웨덴을 잡아야 16강행 기대를 품을 수 있었던 한국은 24일 오전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2차전을 벌인다.
신태용 감독은 기존의 4-4-2 전형 대신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을 깜짝 원톱으로 내세운 4-3-3 전형을 들고 나왔다.
'위장 선발'이라고 밝혔던 김신욱을 최전방에 배치해 장신 수비수들이 포진한 스웨덴의 높이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좌우 날개를 맡고, 골키퍼는 김승규(빗셀 고베) 대신 순발력이 좋은 조현우(대구)가 나섰다.
이에 맞선 스웨덴은 올라 토이보넨-마르쿠스 베리 투톱에 포백 수비라인을 가동한 4-4-2 카드를 빼 들었다. 다만 수비진에서 호흡을 맞춰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수비수 빅토르 린델뢰브가 몸이 좋지 않아 빠지고 그 자리를 폰투스 얀손이 메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스웨덴과 57위 한국의 맞대결에서 스웨덴의 우세 예상과 달리 팽팽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역삼각형 미드필더진의 꼭짓점 아래에서 공수를 조율하며 서서히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전반 5분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박주호(울산)가 왼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올려주자 김신욱이 잘라먹기 헤딩을 꽂았지만 수비수에게 몸이 밀리는 바람에 공이 골대를 벗어났다.
한국을 상대로 승리가 필요한 스웨덴도 북유럽 특유의 높이와 파워를 앞세워 공세를 강화했다.
전반 20분에는 우리 수비수 사이를 파고든 베리가 오른쪽에 찔러준 땅볼 크로스에 왼발을 갖다 댔다. 다행히 조현우가 오른발로 막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곧바로 이어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는 폰투스 얀손이 헤딩슛을 꽂았지만 오른쪽 골대를 비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26분에는 부상 악재가 생겼다. 왼쪽 풀백 박주호(울산)가 장현수가 반대편에서 올려준 롱패스를 라인 부근에서 헤딩으로 무리하게 따내려다 착지를 잘못해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다. 박주호는 뛸 수 없다고 교체 사인을 냈고, 김민우(상주)가 대신 투입됐다.
이후 계속된 공방에도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34분에는 황희찬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재성(전북)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측면을 드리블로 40m 폭풍 질주했으나 패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36분에는 상대 역습 상황에서 공을 가로챈 뒤 기성용이 중앙으로 돌파한 후 이재성에게 찔러줬다. 그러나 이재성의 슈팅마저 수비벽에 막혔다.
스웨덴의 공세 속에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빛을 발했다.
38분에는 혼전 상황에서 뒤쪽으로 흐른 공을 그란크비스트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미겔 루스티크의 정교한 크로스에 이은 빅토르 클라손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 실점을 모면했다.
슈팅 수에서 1대 8로 밀리고 볼 점유율에서도 39%-61%로 뒤졌지만 골키퍼 조현우가 슈퍼 세이브로 무실점을 이끌었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들어 교체 카드를 쓰지 않고, 기존 멤버를 그대로 내세워 스웨덴의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후반 3분 상대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한 클라손이 뒤쪽으로 길게 빼줬다. 포르스베리가 마음 놓고 강하게 오른발로 찼지만 오른쪽 골대를 넘어갔다.
위기를 넘기는 듯했던 한국은 뼈아픈 실수 하나가 결정타가 됐다.
김민우가 위험지역에서 한 파울이 결국 페널티킥으로 바뀌면서 후반 20분 그란크비스트에게 선제골을 헌납했다.
한국은 김신욱 대신 정우영(빗셀 고베), 구자철 대신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를 교체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이승우는 이날 출전으로 이동국과 고종수, 김주성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최연소 월드컵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헤딩 슛마저 골대를 벗어나면서 결국 1차전을 0-1 패배로 마쳐야 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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