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서 광합성 가능한 남세균 산소 내뿜어 행성 개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의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면서 인간이 숨 쉴 산소까지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생물이 확인됐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 화학과 엘마르스 크라우스즈 교수 연구팀은 적외선에 가까운 붉은색 저에너지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남세균(藍細菌) 크루코키디옵시스(Chroococcidiopsis thermalis)의 광합성 능력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하며 이런 유기체를 화성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대부분의 식물은 광합성 때 엽록소-a를 이용해 가시광선을 에너지로 바꾸지만, 크루코키디옵시스는 엽록소-f를 이용해 적외선 직전의 붉은빛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크루코키디옵시스가 심해의 빛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엽록소-a는 스펙트럼상 붉은색 부분인 700nm(나노미터)가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한계이나 엽록소-f는 적외선 영역에 가까운 760nm의 빛도 흡수할 수 있다.
크루코키디옵시스는 이전에 심해 온천이나 모하비사막의 바위 안에서 발견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들이 이런 극한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남세균은 산소를 발생하는 광합성 세균으로 25억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왔으며, 일부는 빛이 없는 환경에도 적응했다. 과거에는 '남조류(blue-green algae)'라고 부르며 녹색식물로 간주하기도 했지만 원핵생물의 특징을 갖춘 것으로 밝혀져 세균으로 분류됐다.
크라우스즈 박사는 "우리가 연구하는 남세균과 같이 희미한 빛에 적응한 유기체는 바위 아래서도 클 수 있고, 잠재적으로 화성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이런 유기체의 광합성으로 화성에서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은 이를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또 적외선에 가까운 빛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만큼 외계 생명체 탐색 범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ANU 화학대학원 박사과정의 제니퍼 모튼은 빛이 없는 환경에서 남세균이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엽록소-f는 스펙트럼상 고유한 빛을 내 "이 빛을 찾는 것이 외계생명체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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