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도 3사 각축…모바일 등 장외경쟁도 후끈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지상파 3사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중계에 사활을 걸고 각각 개성 뚜렷한 해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채널별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들을 해설위원으로 내세운 덕분에 축구 팬들은 "어딜 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국이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치른 가운데 20일을 기준으로 초반 시청률 성적을 보면 3사가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월드컵 개막전이었던 14일 러시아-사우디 전에서는 KBS 2TV가 3.3%(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가장 높았고 MBC TV 2.9%, SBS TV 2.7% 순이었다.
16일 페루-덴마크 전 중계는 SBS TV가 2.8%로 MBC TV 2.7%를 근소하게 앞섰고 KBS 2TV는 1.4%를 기록했다. 같은 날 열린 독일-멕시코 경기 중계는 SBS TV가 6.6%로 가장 앞섰고 MBC TV 3.4%, KBS 2TV 2.5%였다.
지난 18일 한국-스웨덴전은 KBS 2TV가 17.0%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SBS TV가 12.5%, MBC TV가 11.4%로 뒤를 이었다.
해설 측면에서는 방송사마다 '스타 해설'을 내세워 힘을 잔뜩 준 만큼 전반적으로 발언이 많고 과열된 느낌을 준다. 이를 두고 최근에는 시청자들도 축구 지식이 상당한 상태에서 과한 해설이 경기 몰입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사별로 KBS 2TV는 가장 정통 해설에 가깝고 무난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영표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의 합이 좋아 밸런스가 가장 낫고, 이영표 특유의 전문적인 해설이 축구 팬들의 오랜 지지를 얻고 있다. 개막전에서는 가장 최근까지 필드에서 뛴 이근호가 합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난 한국-스웨덴전에서 조현우 골키퍼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선방하거나 우리가 스웨덴의 골을 허용하는 등 주요 장면에서도 차분한 해설 기조를 잃지 않았다.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복기를 통해 우리 수비진 중 어디가 뚫렸는지 짚는 것도 잊지 않았고, 경기 전후에는 스웨덴의 전술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MBC TV는 3사 중 가장 역동적인 해설이 2049(20~49세)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처음 한국전에서도 안정환 해설위원과 김정근 캐스터는 유머까지 곁들인 생생한 해설을 선보여 축구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골키퍼 조현우가 선방하자 "몸매는 다르지만 또 다른 이운재가 나올 것 같다"고 평하는 식이다.
특히 안정환 해설위원은 기존 예능에서도 자주 대중과 만난 만큼 마치 호프집에서 '축구 굉장히 잘 아는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친숙한 인상을 준다. 거기에 해설 지도자 자격증까지 겸비, 전문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중요한 순간에는 파울을 독려하거나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주문하고, 패배한 후에는 "중동에만 침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북유럽 침대가 좀 많이 나온다"고 지적하는 등 특유의 솔직한 입담도 과시했다.
SBS TV는 이번에 박지성이라는 '최고의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배성재 캐스터와 처음 호흡을 맞춘 박지성 해설위원은 개막전에서는 부자연스러운 발성과 말끝을 늘어뜨리는 화법, 부족한 순발력, 중복되는 단어 사용 등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으나 한국-스웨덴전에서는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기본적인 목소리 톤이 높아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다.
그럼에도 박지성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전략을 현장감 있게 해설해주고, 대중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심리를 예상하거나 분석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상대가 골 점유율이 높다고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현실적인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외국에서 뛴 경험이 많은 만큼 외국 주요 선수들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 선수가 나올 때마다 "제가 과거 경기에서 만난 선수"는 식의 해설이 축구 팬들로부터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들었다.
3사는 모바일이나 라디오 등 장외에서도 치열한 경쟁 중이다.
특히 MBC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BJ 감스트를 영입, 감스트가 인터넷 중계를 통해 '날 것' 그대로의 해설과 '편파 중계' 등을 선보여 독일-멕시코전만 15만명이 시청하는 등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KBS도 모바일 생중계 '마이 핸드컵'을 통해 최은경·서기철 아나운서와 걸그룹 프리스틴을 내세워 대중성을 강화했다.
SBS는 러브FM(103.5㎒)를 통해 청취자들과 함께 거리응원전을 펼치고, 연예계 스포츠 마니아들을 초대해 공연하는 등 들을 거리와 볼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하기도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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