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두달 반만에 세번째 방중 정상회담…북중 밀착행보 주목

입력 2018-06-19 16:10  

김정은, 두달 반만에 세번째 방중 정상회담…북중 밀착행보 주목
비핵화 '새드 엔딩' 대비 버팀목 세우기?…경협 목적도 있는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우리 뒤에는 중국이 있다."
올들어 한반도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드러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중국 행보는 '후견국=중국'의 역할을 노골적으로 키워가는 모양새다.
단순히 냉랭했던 북중관계의 복원 차원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자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은 명실상부한 북한의 후원국'임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어 보인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한 한반도 외교 환경의 변화 속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가 나오는 것과는 달리 북중 친밀 행보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고 북미정상회담이 논의되던 지난 3월 25∼28일 베이징(北京)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중국 지도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뒤로 한 채,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첫 외국 나들이로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끌어낸 남한이 아닌 중국을 택한 것이다.
2012년 집권 이후 내내 '소 닭 보듯' 했던 북·중 관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으로 빠르게 복원됐다.
이어 불과 40일만에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다롄(大連)을 찾아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 과정에서 '전술적 소통' 강화를 약속하며 수십 년 전 사라졌던 순치(脣齒) 관계의 회복을 선언했다. 중국은 다롄 회담이 북쪽에서 먼저 제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달 12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지 1주일 만에 김정은 위원장은 세 번째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가 단 두 달 반 만에 무려 세 차례나 중국 최고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모두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 번째 방중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기의 회담'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결과를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 회담에 배석했던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을 중국에 보내 설명할 수도 있지만, 굳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5일에는 시 주석에게 5년 만에 생일축하 서한과 꽃바구니를 보내며 "정세 변화와 그 어떤 도전에도 끄떡없는 친선"을 역설했다.
특히 중국을 향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는 그동안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갈 항공기를 중국에 먼저 요청하고 이를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도 주저 없이 공개한 것은 종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상상초월' 행보는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전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과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70년간 대립해온 북미 양국의 치열한 기 싸움 속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드엔딩'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더는 물러서기 어려우면, 나아가 북미 간 협상이 새드엔딩으로 끝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려면 미국과 세계 초강대국과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후원이 필요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협상을 깨고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먼 길을 온 건 사실이지만, 중국이 있어서 완전히 되돌아갈 길이 막힌 것 또한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북중관계를 어떻게 적립하는가에 따라 향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노선전환을 선포한 만큼 비핵화 협상에 난관이 생기더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려면 중국을 '되돌릴 수 없는 든든한 후원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속내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 해제 시점을 비핵화 완료 시점에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에 속도를 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제재 해제를 시간을 두고 할 것이기 때문에 주민생활 향상에 목말라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길에 시 주석에게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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