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덜 자란 귀 '소이증'…"마법처럼 귀가 생긴다"

입력 2018-06-20 07:00  

[명의에게 묻다] 덜 자란 귀 '소이증'…"마법처럼 귀가 생긴다"
갈비뼈 연골로 '귀 성형' 한국이 최고…3D 프린팅 이용 재건 연구도 활발

(서울=연합뉴스) 윤인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김길원 기자 =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파키스탄 소녀 A(10.서울 강동구)양이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를 처음 찾은 건 3년 전의 일이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 온 아버지를 따라 가족 모두가 한국에 왔다고 했다. 유달리 작은 양쪽 귀를 가진 소녀였는데, A양의 얼굴은 여느 환자와 달리 들떠 보일 정도로 상기돼 있었다. 이유인즉슨, 한국에 가면 태어날 때부터 작았던 양쪽 귀를 수술해 준다고 부모님이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진료실에 왔을 때 A양은 수줍지만 또렷한 한국어로 자기를 소개했다. 부모님은 딸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정작 본인은 잘 들린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진료 결과 A양은 양쪽 귀 모두 전형적이지 않은 타입의 '소이증'으로 진단됐다. 소이증은 태아 단계에서 귀의 발달이 덜 이뤄져 귀가 아예 없거나 아주 작게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 질환이다.
보통 6천명 중 1명꼴로 이런 기형이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3천명 중 1명꼴로 발생률이 조금 더 높다.
무엇보다 이런 소이증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은 엄마가 유전적인 이유나 임신 중 질병, 약물복용 때문에 아이한테 이런 기형이 생겼다고 자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이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엄마가 자책할 일만은 아니다.
소이증 중에서도 A양처럼 양측성인 경우는 드물어 전체 소이증의 약 10%가 이에 해당한다. 보통의 소이증은 한쪽 귀만 발달이 덜 돼 있기 때문에 청력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측성 소이증은 청력에 문제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치료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
전형적인 소이증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인 '외이도'가 막혀있으면서 귓바퀴 없이 귓불 부분만 흔적으로 남아있는 형태를 보인다. 이에 비해 비전형적인 소이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전형적인 소이증에 견줘 귓바퀴의 형태가 좀 더 많이 남은 게 일반적이다.
다행히 A양의 경우는 비전형적인 소이증으로 귓구멍 안쪽의 중이, 내이가 정상이어서 외이(귓바퀴) 부분만 재건해주면 될 것으로 판단됐다.

<YNAPHOTO path='AKR20180619145100017_02_i.gif' id='AKR20180619145100017_0201' title='' caption='소이증 수술 전(왼쪽)과 1차 수술 후 사진(오른쪽)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현재까지 소이증 환자의 귀 재건 수술에 많이 쓰이는 방법은 환자 자신의 갈비뼈 연골을 이용한 2단계 수술 방법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6∼9번 갈비뼈의 연골 부분을 채취해 이것을 귀 연골 형태로 조각해서 삽입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그런 다음 약 6개월 후 귓바퀴를 세워주는 2차 수술로 귀 재건을 마무리한다.
이 방식은 기존의 3∼4단계 수술보다 수술 횟수가 적으면서도 결과가 우수해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술이 어려워 제대로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많지 않다. 해외에서 귀 재건 수술을 받으려고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환자의 갈비뼈 연골이 성장하는 10살쯤 돼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단점이다. A양도 이런 이유로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수술하지 못하고 최근에야 1차 수술을 받았다.
A양은 한쪽 귀에 두 차례의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총 3차례의 수술을 더 해야 하다. 하지만 어느덧 귀국할 시간이 다가오는 A양을 위해 양쪽 귀를 총 3단계에 걸쳐 수술하기로 계획했다. 2차 수술은 오는 9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YNAPHOTO path='AKR20180619145100017_03_i.gif' id='AKR20180619145100017_0301' title='' caption='3D 프린팅으로 제작한 귀 재건 수술용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자가 연골로 귀를 재건하면 다른 재료보다 안정성이 높아 부작용이 적고 결과도 우수하다. 그러나 재건할 귀의 모양을 의사가 수술실에서 조각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있다. 우선 수술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에게 부담이 간다. 또 의사는 최대한 반대쪽 귀와 유사하게 모양을 조각하려 하지만 반대편 귀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은 3D 프린팅을 이용한 귀 재건 연구가 활발하다. 정상인 반대쪽 귀를 스캔해 3D 프린팅으로 귀 기틀을 제작하는 것이다. 물론 3D 프린팅을 이용한다고 해도 귀 재건 수술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기존에 자가 연골로 제작해온 기틀을 3D 프린팅을 이용해 제작한다는 개념이다.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상용화된다면 수술 중에 갈비뼈 연골을 채취해 연골 기틀을 제작하는 과정이 필요 없으므로 수술 시간이 짧고 연골 채취로 인한 통증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가 연골과 같은 우수한 3D 프린팅 재료의 개발, 시행 준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정책적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수년 전부터 3D 프린팅을 이용한 귀 연골 재생 연구를 해왔고, 이제 3D 귀 연골 기틀에 대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YNAPHOTO path='AKR20180619145100017_04_i.jpg' id='AKR20180619145100017_0401' title='' caption='윤인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 윤인식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과 일본 나가타 귀 성형 클리닉에서 방문 교수로 연수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귀 성형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귀 재건 수술을 전공으로 하면서 3D 프린팅을 이용한 귀 재건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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