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낯설면서도 낯익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는 한 여고생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세상에 반격을 가하는 돌연변이 안티히어로(비도덕적이거나 통속적이어서 전통적인 영웅답지 않은 주인공)는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제법 친숙한 소재다. 박 감독이 '프랑켄슈타인'에 착안해 직접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기존 영화들의 익숙한 문법을 따랐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러나 그만의 방식으로 '박훈정표'라는 인장을 확실히 새긴다. 바로 스타일리시하고 음습하면서도 잔혹한 액션이다. 극 속에 담긴 철학적 질문을 굳이 되새길 필요는 없다. 액션 그 자체만으로도 상업영화로서 미덕을 갖췄다.
영화는 선혈이 낭자한 한 시설에서 출발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끔찍한 살인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숲으로 홀로 도망친 소녀를 뒤쫓는다. 온통 피투성이가 된 소녀는 농장을 운영하는 한 부부의 집 앞에서 발견된다. 10년 후. 어렸을 때의 모든 기억을 잃고 평범한 여고생이 된 소녀 자윤(김다미 분)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도우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TV 출연 이후 얼굴이 널리 알려진 소녀에게 어느 날 괴한들이 접근하고, 소녀는 위험을 감지한다.
중반까지 소녀와 친구의 우정, 가족의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주던 영화는 후반부터 결이 확 바뀐다. 느린 템포의 전주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렬한 액션의 향연으로 관객을 몰아넣는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정교한 세공을 거친 듯하다. 컴퓨터게임처럼 차갑게 적을 쓰러뜨리다가도, 날 것 그대로의 아날로그 액션이 등장해 감정의 온도를 높인다.
액션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이는 신인 배우 김다미다. 그가 이 영화 최대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션에서 1천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그는 신인임에도 양극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극을 주도한다.
영화는 미스터리답게 125분 상영시간 동안 제법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그러나 가끔 드라마와 캐릭터, 액션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듯 엇박자를 내며 삐걱댄다. 전체적으로 고르지 못한 톤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여고생 자윤과 함께 극을 이끄는 닥터 백(조민수), 미스터 최(박희순), 귀공자(최우식) 등의 캐릭터는 신선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다. 이들은 말끝마다 욕설과 비속어를 내뱉는다.
긴박한 순간에 등장하는 장황한 설명식 대사 역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무엇보다 피가 흥건한 폭력 장면은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박 감독조차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좀 의외였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 작품에 철학적인 명제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선하게 혹은 악하게 태어났을 때,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지, 또한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 등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영어로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속편을 염두에 두고 기획·제작된 것이다. 박 감독은 "2편의 주제는 충돌"이라면서도 "지금은 속편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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