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문제 알리려 美대륙 자전거횡단…두 청년의 아름다운 도전

입력 2018-06-20 07:33  

위안부문제 알리려 美대륙 자전거횡단…두 청년의 아름다운 도전
3A 프로젝트 4기 멤버들 'LA→시카고→뉴욕 6천600㎞ 대장정' 돌입
"한일관계 아닌 인류의 보편적 인권유린으로 위안부 문제 평가받을 것"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에 국한된 정치적·외교적 이슈가 아니라 인류에게 보편적인 인권 유린의 문제로 다가갈 수 있도록 미 대륙 전체에 알리려고 합니다."
국내 대학에 다니는 두 청년이 각자 자전거 한 대씩을 싣고 미국 서부의 관문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왔다.
이들은 LA 글렌데일 소녀상에서 출정식을 한 뒤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피츠버그, 워싱턴DC, 필라델피아를 거쳐 뉴욕까지 쉼없이 페달을 밟는다.
오는 22일부터 9월 4일까지 장장 80일에 걸친 6천600㎞의 대장정이다. 미 대륙을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해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여정이다.



한여름 북미 대륙의 뜨거운 태양과 매서운 비바람을 뚫고 달릴 주인공은 백현재(25·백석대 신학과), 이호준(22·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군이다.
2015년 독도경비대 출신의 두 청년이 시작한 '3A(트리플 에이) 프로젝트' 4기 멤버들이다.
'트리플 에이'는 'Admit'(2차대전 당시 식민지 여성들에게 성노예 역할을 강요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Apologize'(일본 정부는 심각한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해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Accompany'(위안부 할머니들의 혼과 마음을 안고 동행한다)라는 세 영어 단어의 머릿자를 딴 프로젝트다.
두 청년은 LA부터 시작해 시카고,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뉴욕에서 5차례 수요집회를 열 계획이다. 내일을 여는 사람들, 종교평화협회, 가주한미포럼, 3·1 여성동지회가 함께한다.
중간중간 미국 대도시에서 현지인들에게 팸플릿을 돌리며 위안부 문제를 알릴 계획이다. 현지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1∼3기 멤버들은 LA타임스, NBC, 폭스, ABC 뉴스 등에 나왔다. 필라델피아 시와 캘리포니아 상원에서는 표창도 받았다.
이호준 군은 "일본이 아니라 미 대륙 횡단을 선택한 것은 위안부 문제가 여성인권의 문제임을 훼손되지 않고 알리려는 목적에서다. 미국이 제삼국인만큼 진정성 있게 여성인권 문제를 알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현재 군은 "한국인이자 세계의 시민으로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모두 고령이신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해 내가 세계에 직접 나서서 알릴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험난한 여정에 참여하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1991년 최초로 일본군 만행을 고발한 김학순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을 접하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두 학생은 위안부 문제에 줄곧 관심을 가져오던 도중, 20대에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일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웃었다.


백 군은 "20대에 석 달의 시간을 내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앞으로 내 삶의 가장 값진 교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자전거를 홍보의 매체로 선택한 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자전거는 죽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에서 에너지를 얻어 달린다.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80일간의 미국 횡단'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고강도 훈련을 마쳤다.
매주 기초 훈련에다 국토종주를 했고 사이클 선수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체력을 키웠다.
백현재 군은 "코스는 직접 짠 것"이라며 "시작이 LA, 끝이 뉴욕이란 것만 정해놓고 모든 세부 일정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숙소는 자전거 여행객 커뮤니티인 웜샤워를 이용하거나 야영할 계획이다.웜샤워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도 위안부 문제, 인권유린 문제를 공유할 생각이다.
피해국과 가해국이 아닌 제삼국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 객관적 평가를 하게 하는 것이 트리플 에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적잖은 사비를 출연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프로젝트 회원들과 취지에 동감하는 단체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클라우드 펀딩도 했다.
예산도 빠듯하고 일정도 만만찮다. 코스는 험난하다. 더구나 한여름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사막의 폭염과 불규칙한 미 중부·중서부의 기상과도 맞서야 한다. 출발부터 애리조나, 뉴멕시코로 향하는 초반 1천300㎞의 여정이 무엇보다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시카고에 도착하면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해 SNS로 알리겠다. 걱정 말고 응원해달라"며 화이팅을 외쳤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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