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요원이 숨진 것으로 보고 흰 천 덮었다가 1시간 후 움직임 발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에서 총격사건 피해자가 응급 구조 요원의 실수로 사망 판정을 받고 약 1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에 숨졌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CBS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45분께 시카고 도심 서부 유니버시티 빌리지의 한 파티장에서 머리에 총격을 받고 쓰러진 에린 케리(17)이 이날 오전 1시 20분께 숨을 거뒀다.
시카고 소방본부 응급구조대 측은 케리가 머리에 여러 발의 총을 맞아 예후가 좋지 않았다며 "응급 요원들이 케리를 살피고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얼굴에 흰 천을 덮은 다음 다른 부상자 쪽으로 옮겨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시간쯤 지난 후 수사관들과 보행자들이 케리가 흰 천 아래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소리를 질러 구조대에 알렸고, 응급 요원들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후 앰뷸런스에 실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케리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20시간 30여분 만인 19일 새벽 결국 사망했다.
가족과 친지들은 케리가 사건 직후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았더라면 회생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케리는 최근 시카고 북부 교외의 에반스톤 타운십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재학 중 풋볼 선수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소방본부는 사고 현장 응급 요원들의 대응 방식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카고 경찰은 이 사건으로 케리 외 22세 여성 샬론자 맥토이가 현장에서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며 범행에 소형 기관단총 맥-10이 이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라이벌 갱 조직(범죄조직)간 영역 다툼과 관련이 있다"면서 생존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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