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진 계열의 인하대 총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21일 인하대 교수회 등에 따르면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에 따라 올해 1월 최순자 총장이 해임된 이후 6개월째 새 총장 선임 작업이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다.
인하대 출신의 최 전 총장은 학교 돈을 부실채권에 투자해 수십억원을 날린 사실이 교육부 조사에서 드러나 1954년 개교 이래 최초로 현직 총장에서 해임됐다.
인하대는 2015학년도 70억원, 2016학년도 90억원, 2017학년도 120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최악의 재정난뿐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 교수와 학생 등이 최 총장 퇴진운동을 벌이면서 극심한 학내 분규를 겪었다.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올해 4월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나섰지만 '민주적 총장 선출'을 요구하는 교수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교수회는 이사장이 총장 인선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추천위에 재단과 교수가 공동으로 사회저명인사를 추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수회는 지난달 말 추천위에 교수위원 4명을 추천했지만 정석인하학원은 총장후보 공고 등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인하대 안팎에서는 대학 운영을 정상화하고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하루속히 수장(首長)을 세워야 하지만 '사면초가'에 놓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상황이 신임 총장 인선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수회 관계자는 "총장후보 추천위에 교수들을 추천했지만 아직 재단에서 인선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재단이 총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민주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절차 진행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 일가가 '갑질'로 인해 여론의 공분을 사면서 인하대 총장에 장·차관 출신 등 외부인사 영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차기 총장 자리를 둘러싼 학내 인사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당선인의 고교 동문을 비롯해 여권과 인연이 있는 인하대 전·현 보직 교수들이 총장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임된 최 전 총장의 경우 학내에서 주요 보직 경험이 없었지만 2014년 6월 당시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인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의 시장직 인수위원장을 역임한 뒤 이듬해 2월 인하대 총장에 선임됐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인하대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갑질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한진그룹이 인하대에서 손을 떼고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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