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등이 노동계를 분열시키려고 `어용노총' 설립을 지원한 정황과 단서가 포착됐다는 사실이 검찰의 공개수사로 세간에 노출됐다. 진위를 가리려면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구체적인 단서가 국정원에서 제공됐다고 하니 사실일 공산이 커 보인다. 사실이라면 정부가 노동계 와해·분열 공작을 벌인 셈이니 정말로 개탄할 일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국정원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와해 공작을 벌이고 '국민노총'이라는 정부에 우호적 성향의 노동단체 설립을 지원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서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가 검찰에 넘긴 것이라고 한다. 단서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억대의 공작비를 국민노총에 투입한 정황이 담겼다. 국정원의 양대 노총 상대 공작 의혹은 지난해에도 불거진 바 있다. 작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재판에서 원 전 원장이 민주노총 등을 공작 대상으로 삼으려 한 정황이 담긴 국정원 회의록(2009년 9월)이 공개됐다. 당시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은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는 (국정원의 노력으로) 재투표로 이어졌다. 민노총이나 전교조, 공무원노조 같은 문제도 (우리의) 중간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용노총 설립 공작이 국정원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사무실과 이채필 전 고용부 장관, 이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던 이동걸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노조 관련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2011년 11월 국민노총 설립을 전후로 1억7천여만 원을 불법 지원한 단서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3만여 명 규모로 출범한 국민노총은 `대립과 투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기치로 내걸고 민주노총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기아차에 복수노조 설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한국노총에 통합됐다.
검찰은 국정원의 어용노총 설립 지원에 당시 고용노동부의 협조와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어용노총 설립 공작에 국정원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도 나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던 이씨가 국민노총의 전신인 `새희망노동연대' 출신이고, 그가 국민노총 출범에 역할을 한 것은 이 전 장관의 승인이나 묵인없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 전 장관과 정책보좌관 이 씨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독재국가가 아닌 민주국가에서 국가기관이 노동계 분열 공작을 벌인다는 것은 상상 범위를 초월하는 중대 범죄라 할 수 있다.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가감 없이 파헤쳐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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